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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병듦에 대하여

JungTae Lee 0

친구가 부인의 치매로 휴양차 서울에서 거제로 이사를 왔다. 오랫만에 친구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름대로 아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눈이 침침하고, 어떤 사람은 허리가 아프고, 어떤 사람은 무릎이 아프다고 했다. 나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는데 사람들은 내가 아픈 곳이 없는 사람같이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도 눈이 침침하고, 무릎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프다고 하니 놀라는 눈치였다. 

어떤 시스템이든 70년 이상을 사용하면 어떻게 노화되지 않고 처음과 같겠는가? 백내장으로 동네 안과에 다니고 있는데, 나의 눈을 진료한 의사는 이제 백내장이 심하여 수술을 해야할 것 같으니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가기를 권했다. 그러면서 수술을 하면 옛날같이 잘 보이는 것이 아니고 지금보다는 좀 나아지겠지만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니 그리 알라고 했다. 그래서 수술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고 있는데, 그 의사도 버틸 수 있는데까지 버티다가 수술하기로 하고 지금도 몇 년째 백내장과 함께 살고 있다. 

무릎도 아픈지가 10여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 당시 15년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무릎도 근육을 강화하면서 버틸 때까지 버티어보자고 해서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 버티고 산다. 

사람들은 암에 걸리면 당연히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아는 친척께서 암에 걸려 서울 유명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3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치며, 항암치료를 하면서 음식도 재대로 못먹고, 욕창 등으로 짜증이라는 짜증은 다 내면서 주위사람들을 어렵게 하다가 돌아가셨다. 그렇게 마무리 하는 것을 보면서 항암치료 대신에 통증을 잡으면서 암과 함께 사는 인생도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늙으면 노화되고 병에 걸리게 마련이다. 기억력도 가물가물할 때가 있고, 눈은 침침하고, 이빨은 수시로 탈을 일으킨다. 허리는 자꾸 아파서 기분나쁜 통증이 오고 무릎이 아파서 걷기도 힘들 때가 있다. 그러다 언제 암에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면서 전전긍긍하며 산다. 약을 먹으면 기억력도 젊은이 처럼 돌아오고, 수술은 하면 눈도 옛날같이 깨끗해졌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허리 수술을 하면 옛날처럼 무슨 운동을 해도 괜찮고 무릎도 얼마든지 걸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암이 걸리면 수술을 하여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름 회복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70년이나 사용했던 시스템이 어떻게 수술하고 치료한다고 옛날처럼 되겠는가? 70년동안 사용한 자동차의 부품을 고친다고 어떻게 신차와 같겠는가? 고쳐서 고속도로를 생생하게 달렸으면 좋으련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래서 조금은 아프고 조금은 불편한 상태를 안고 살면서 이 정도라도 유지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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