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Enter" to skip to content

확장된 두뇌의 목적

JungTae Lee 0

인간의 두뇌는 본래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진화해 왔다. 굶주림을 피하고, 위험을 회피하며, 경쟁에서 이기고, 자손을 남기기 위해 두뇌는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회로를 구축했다. 이 회로는 의식적 판단 이전에 먼저 반응하며, 대부분의 인간 행동은 이러한 무의식적 프로그래밍의 지배를 받는다.
오늘날 인간은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기술을 통해 자신의 인지 능력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것을 “확장된 두뇌(Extended Brain)”라 부른다. 이 확장된 두뇌는 인간의 정보 처리 능력을 비약적으로 강화하고,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사고, 창조, 문제 해결 능력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다. 확장된 두뇌가 여전히 그 코어에 인간의 원시적 두뇌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아무리 외부적으로 기능이 확장되더라도, 그 중심이 개체의 생존과 번식을 향한 자동화된 회로라면, AI는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지능화된 본능의 도구가 될 뿐이다.
이는 마치 아이에게 핵무기를 쥐어주는 것과 같다. 아직 자기 통제를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엄청난 힘을 손에 넣는다면,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파괴로 이어진다. 생존과 번식만을 위해 작동하는 확장된 두뇌는 지구적 자원 고갈, 기후 위기, 기술 독재, 사회적 분열을 가속화하며 결국 모두를 멸망의 길로 이끌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록 어떤 인간이 ‘나는 공존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자각을 갖고 있더라도, 그 두뇌는 여전히 프로그램된 대로 개체의 생존과 번식을 향한 반응을 자동적으로 실행한다는 사실이다. 알고 있어도 멈출 수 없는 회로. 그것이 인간의 진짜 문제다.
따라서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반응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인식하고, 그 회로가 생존과 번식 중심의 자동 반응이라면 그 자리에서 멈추고, 공존과 이해의 새로운 회로로 대치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자각이 반복되면, 두뇌는 점차 재프로그래밍될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인간 의식의 진화이며, AI 시대에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 있다. 확장된 두뇌를 개체의 생존과 번식 중심으로 쓰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은 자원과 권력을 차지하게 되는 역설이다. 그들은 경쟁에서 유리하고, 빠르게 성공하며,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한다. 그렇게 생존 중심의 확장된 두뇌를 가진 이들이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되면 지구는 더 빠르게 황폐해지고, 인류는 더 깊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첫째, 공존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여 지혜의 동맹을 형성해야 한다. 개체 경쟁에서는 불리할지라도, 협력과 공감의 힘은 장기적으로 더 큰 생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외부 경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내부 평온의 힘을 길러야 한다. 내면이 고요하고 깨어 있는 사람은 기술과 권력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으며, 주변에 신뢰와 존경을 불러일으킨다.
셋째, 다음 세대의 기본 신경망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교육과 문화 속에 공존, 자각, 초월의 가치를 심고, AI를 그런 방향으로 활용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인류 문명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확장된 두뇌는 인간을 초지능적 존재로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그 초지능은 천국을 만들 수도,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고 선택은,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에 달려 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Bitn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