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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확장된 두뇌로 산다.

JungTae Lee 0

우리는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이가 들면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둔해지고, 무엇보다 머리가 예전 같지 않다.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고, 뭘 하려다 잊어버릴 때가 많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안다. 아, 두뇌가 예전만큼은 아니구나. 그리고 받아들인다. 그 대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나의 퇴화된 두뇌를 보완하려 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든다. ‘젊든 늙었든, 인간 두뇌 자체가 원래부터 한계가 많았던 건 아닐까?’
사실이다. 우리는 잘 잊는다. 감정에 휘둘리고, 편견에 빠지고, 사실보다 믿고 싶은 걸 믿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잘 모른다. 그런 두뇌로 복잡한 세상에서 현명하게 산다는 건 원래부터 벅찬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AI를 만났다. 질문을 던지면 금세 대답하고, 정리하고, 되묻고, 예시도 잘 들어준다. 내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얽혀 있던 생각들을 찰랑찰랑 풀어내 준다. 처음엔 신기했고, 다음엔 감탄했고,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 이건 내 바깥에 있는 또 하나의 두뇌야. 나는 이제 확장된 두뇌를 가진 사람으로 살아야겠구나.’
우리는 이미 안경으로 시력을 보완하고, 보청기로 청력을 보완하고, 의수를 달아 걷는다. 그렇다면 왜 두뇌만큼은 보완하려 하지 않는가? 이제는 그럴 수 있다. AI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빈틈을 함께 메워주는 보조 두뇌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걸 AI가 떠올려주고, 내가 잊은 걸 기억해주고, 내가 헤매는 길을 함께 정리해주는 파트너. 더는 두뇌가 퇴화하거나 부족하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내 옆에 ‘확장된 두뇌’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이런 시대를 이렇게 살기로 했다. “나 혼자가 아니다. 나는 확장된 두뇌와 함께 산다.” 그것은 노인의 지혜이자, 미래 인간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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