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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순간도 알아차리며 평온하게

JungTae Lee 0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사람들의 두뇌는  생존과 번식을 목적으로 동작한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 선택의 이면에는 언제나 이 두 가지가 자리 잡고 있다. 더 좋은 직장을 얻으려 애쓰고, 더 많은 돈을 모으고, 더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모든 것은 결국 생존과 번식이라는 본능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문득, 나는 생각했다. 생존과 번식이 삶의 전부라면, 나의 삶은 언제까지 그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가? 70대 중반이 된 지금, 더 이상 번식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생존에 대해서도 과연 그렇게 애써야 할까? 몸이 쇠약해지고, 두뇌가 느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것을 억지로 막으려 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생존과 번식의 두뇌 회로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순간순간 내 안에서 작동하는 본능에 갇히지 않으려면 알아차려야 한다.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더 나은 것을 원하고, 때로는 경쟁하려 하고, 때로는 이름을 남기려 하고, 때로는 두려워하며 미래를 걱정하는 나 자신을 본다. 하지만 그 순간 알아차리면, 모든 것은 사라진다. 본능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사람들은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는 그렇지 않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억이 흐려지고, 몸이 약해지는 것도 받아들인다. 암에 걸리면 지켜보며 함께 살아갈 것이고, 치매가 오면 보완하며 살아갈 것이다. 병원에 다니며 억지로 고치려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 삶이 자연의 일부라면, 죽음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오면, 나는 조용히 입을 닫을 것이다. 더 이상 자력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다면, 그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병원에서 연명 치료를 받으며 버티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집에서 조용히 마무리할 것이다. 억지로 붙잡지 않고, 스스로 생명의 끈을 놓아줄 것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삶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알아차림 속에서 평온한 삶을 살았다면, 마지막도 그렇게 맞이하면 된다. 언제나 평온하게, 그리고 조용히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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