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인간의 삶의 방식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고 있다. AI는 검색과 추천, 번역과 작문은 물론, 전략과 판단까지 인간을 대신하거나 보조하며 그 능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AI를 활용하여 일하고, 배우고, 소통한다. 하지만 이 놀라운 진보의 이면에는 인간의 자유와 자율성을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이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AI에 의해 조종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많은 정보와 자극이 AI 알고리즘을 통해 필터링되고, 우리의 클릭, 댓글, 구매, 심지어 정치적 입장까지 조종당하고 있다. 특정 콘텐츠를 보도록 유도당하고, 특정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된 SNS 알고리즘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인간은 점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지금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이라는 자각의 능력을 길러야 한다.
순간순간 알아차림이란, 외부의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그 자극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며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자각하는 능력이다. 이 알아차림은 AI의 조종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어막이자, 인간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길이다. 자신이 지금 어떤 정보를 접하고 있는지, 그 정보가 어떤 의도로 설계되었는지,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나의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유도된 것인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특히 정치 영역에서는 AI의 활용이 더 교묘하고 강력하다. 이미 정치 세력은 빅데이터와 AI를 이용해 특정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맞춤형 메시지를 제공하고, 분노와 혐오를 자극해 정치적 결속을 유도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보에만 노출되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과는 단절된 채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착각한다. 이런 현실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오며, 인간다움의 근본을 위협한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AI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그것이 인간 사회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며 살아가야 한다. AI가 제공하는 편리함은 분명 크지만, 그것이 인간의 주체성을 앗아가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AI 시대의 진정한 인간은, AI와 협력하면서도 자기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줄 아는 존재여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AI를 ‘전략 사령관’처럼 지휘할 줄 알아야 한다. 단순한 사용자나 소비자가 아니라, AI를 통해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동체와 더 잘 연결되며, 인류가 함께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개인 차원의 실천이자 동시에 사회적 요청이다.
AI와 로봇이 만들어내는 생산성 향상과 물질적 풍요 속에서, 인간은 더욱 정신적 가치와 공동체의 중요성을 돌아보아야 한다. 경쟁과 성공 중심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윤리를 확립해야 한다. 알아차림은 이 새로운 가치관을 내면화하고 실천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열쇠다.
결국,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이 바로 깨우침이다. 이 알아차림은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으며, 무엇에 반응하고 있으며, 무엇을 선택할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그리고 그 알아차림 속에 머무를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평온할 수 있다. AI가 지배하는 세계에서도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바로 이 순간순간의 자각과 평온함을 통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