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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신경망이 동작하는 것이다.

JungTae Lee 0

우리는 내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두뇌 신경망이 그렇게 동작하는 것이다. 두뇌는 신경망에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것이고,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두뇌는 나의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동작하기 위해 나라는 것을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나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신경망이 동작한다. 이런 신경망의 동작을 두고 우리는 내가 생각한다거나 말한다거나 행동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나라는 것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불변의 나라는 것은 없다.
이렇게 프로그램된 신경망이 환경에 적절히 반응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환경도 변하기 때문에, 신경망을 만들 때 환경과 살아가는 현재의 환경이 다르다. 그래서 두뇌 신경망은 오동작하는 경우가 많다. 먹거리에 대한 신경망의 동작도 오동작이 많고, 움직이는 것을 제어하는 신경망도 오동작하는 경우가 많다. 또 생각하는 신경망도 오동작이 많고, 감정도 오동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포도당을 선호하는 신경망도 사실 오동작하는 경우가 많고, 자동차/비행기 등 문명의 이기가 지천에 깔린 이 환경에서 움직이기 싫어하는 습관도 사실 두뇌의 오동작이다. 길거리에 사자가 어르릉거리며 다니는 것도 아닌데 화가 나서 목숨이 위험한 것처럼 반응하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두뇌가 오동작하고 있는 것이다.
나 같은 노인의 두뇌도 여전히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동작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번식을 위해 바람을 피우고, 암에라도 걸리면 “살려고 발버둥치면서 주위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하는 회의감이 든다. 그렇다면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동작하는 내 두뇌는 순간순간 오동작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내 두뇌의 오동작에서 벗어나려면 순간순간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나”라는 것도 두뇌가 만든 것이며, 불변의 “나”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나”라는 것에 갇혀 신경망의 오동작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를 벗어나려면 순간순간 알아차려야 한다. 알아차리고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대치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대치할 프로그램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알아차림에만 머물러도 된다. 그러면 오동작하는 프로그램을 멈출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을 생성하는 변연계가 조용하므로 적어도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런 신경망이 동작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알아차림에 머물면 언제나 평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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