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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버그

JungTae Lee 0

최근 인공지능의 급진적인 발전으로 인간의 정신적인 영역도 대부분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의 기억 용량이나 처리 속도가 인간 두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빠르기 때문이다. 이제 인공지능이 소설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피아노도 연주하고, 영화도 만든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가장 큰 문제가 환각이다. 배우지 않아 모르는 분야도 그럴듯하게 대답하는 것이다. 바둑만 배운 알파고가 통역도 하는 식이다.
알고 보면 인간 두뇌 신경망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인간이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두뇌 동작에서 나온다. 이런 인간 두뇌 신경망이 만들어질 때 적용된 환경과 지금 살아가는 환경이 크게 다르면 인공지능의 환각처럼 인간 두뇌도 오동작을 하는 것이다. 인간 두뇌신경망 프로그램에도 이런 오동작을 일으키는 버그가 있는 것이다.
인간 두뇌의 신경망을 만들 때 빅데이타로 제공된 환경으로는 원시환경과 육아환경이 있다. 태어날 때 DNA를 통해 만들어진 뇌간과 그 주변 신경망은 원시환경에서 만들어진 신경망이다. 그리고 인간 두뇌의 변연계와 대뇌피질 대부분이 육아환경에서 만들어진다.
20~25세 이전의 육아 환경에서 만들어진 신경망도 노인의 경우 현재 살아가는 환경과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두뇌 가소성에 의해 그 이후에도 조금씩 바뀔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신경망에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그래서 노인의 신경망에는 오동작을 일으키는 브레인 버그가 많다. 마치 알파고가 통역에서 환각을 일으키듯이 인간의 두뇌도 오동작을 하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원시밀림에서는 포도당이나 고기가 귀하므로 있을 때 많이 먹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천으로 깔린 고기를 배가 나오도록 먹으면 성인병과 암으로 고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옛날에는 “여자가 시집가면 벙어리 3년, 눈 봉사 3년으로 살아야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아들보다 많이 배우고 더 똑똑한 며느리에게 오래 산 치매 시어머니를 10~20년 효를 다해 모시라고 한다면 아들이 이혼당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세상은 많이 변했고, 인공지능이나 로봇 발전을 보면 앞으로는 더 크게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계엄 정국에 노인들의 행동을 보면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노인을 “미움 받을 나이”라는 농담이 있는데, 변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나서지 말아야 할 텐데, 젊은이들을 향해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하고 나서면 미움받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 두뇌에 프로그램대로 살지 않으려면 알아차려야 한다. 고기가 좋아서 먹을 때 이를 알아차려야 그 행동을 멈출 수 있고, 다른 행동으로 대치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미움받고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알아차리지 못하면 뒷전으로 물러나 조용히 있어야 한다. 그러면 미움받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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