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두뇌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하기 때문에 부모는 최선을 다해 자식을 키운다. 그래서 부모가 나중에 노인이 되면 자식들이 자기에게 잘 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노인이 되어 보면 효를 다하는 자식들은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 두뇌의 동작 목적으로 볼 때, 부모는 생존과 번식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진정 부모를 위해 효를 행하는 자식은 많지 않다.
인공지능은 기억용량이나 처리 속도면에서 인간을 능가하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똑똑할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가 환각이다. 배우지 못한 부분에서도 그럴듯한 답을 한다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바둑으로 훈련된 알파고가 통역에도 그럴듯한 답을 한다는 점이다. 인간도 비슷한 착각을 한다. 훈련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그럴듯한 답을 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두뇌 동작에서 이루어진다. 자식이 효를 행하려면 그에 해당하는 신경망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신경망은 DNA와 육아를 통해 만들어진다. 심장을 뛰게 하는 것과 같은 생명현상을 주관하는 뇌간 신경망은 주로 DNA에 의해 만들어지고, 변연계와 대뇌피질은 육아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부모에 대한 효는 육아 과정에서 만들어지는데, 자신이 효를 행하지 않고 자기 자식은 효를 행하기를 바라는 것은 알파고가 통역하기를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모는 자식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 자식이 공부도 잘 했으면 하고, 성실하고, 술을 많이 마시지 않기를 바라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공부도 두뇌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고, 술을 적게 마시는 것도 두뇌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면 그런 신경망이 있어야 한다. 유전적으로 만들어졌거나 아니면 육아과정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즉 엄마가 책을 읽어야 자식도 독서가 몸에 베인다는 이야기다.
물론 신경망은 가소성이 있어서 성인이 되어서도 변한다. 대부분의 신경망은 20대 중반 이전에 만들어지며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망 프로그램으로 평생을 살아가기 때문에 나중에 고치기가 어렵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신경망을 바꾸려면 순간순간 알아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식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면 부모가 먼저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알파고가 통역하기를 바라지 않지만, 분가해서 독립적으로 사는 자식들이 효를 행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많다. 아니면 돈으로 자식을 통제 하거나… 100세까지 재산을 움켜쥐고 자식을 통제하던 부모가 70 노인인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특히 아이를 키우며 며느리였던 내가 시부모님께 행한 그대로 자식들이 나에게 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이들 앞에서 시부모 욕하면서, “너희들을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하면서 자기 자식은 자신에게 효도 하기를 바란다. 알파고의 훈련받지 못한 통역분야는 환각인데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