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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남겨라.

JungTae Lee 0

며칠 전, 앞날을 대비해서 이제까지 사용하던 집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에 대해서 집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생 아껴 사용하던 물건을 이제 정리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옛날 같으면 자식들이 내가 살던 집에 대를 이어 살고 있으니 정리할 필요도 없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자식들이 모두 분가해서 따로 살기 때문에 부모가 죽으면 부모가 사용하던 물건들이 문제가 된다.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부모가 죽으면 자식들은 귀중품만 챙겨가고 나머지 물건들은 대부분 유품정리사가 와서 폐기물로 처리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도 살아있는 동안에 이 물건들을 정리하여 재활용할 것은 재활용하고 버릴 것은 미리 버리기로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평생 동안 사용했던 물건들은 정도 가고, 특히 내 평생 아껴 사용하던 일기장이라든가 연구노트, 평생 기록이 담긴 사진첩, 아껴 읽던 책 등은 나에게 아주 귀중품이지만, 자식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 물건들이 쓰레기로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나의 평생이 송두리째 부정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정보화사회가 되면서 세상은 많이 변했고,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급격히 바꾸어가고 있다. 책이라고 하면 우리는 당연히 종이책을 생각하지만 전자책은 밤 12시에도 구입할 수 있고, 달리면서도 들을 수 있다. 종이책은 내가 죽으면 쓰레기장으로 가지만 전자책은 남을 수 있다.
세상 만물은 시공간 상에서 존재한다. 세상 만물은 특정 시점과 특정 위치에 존재하지만, 디지털 정보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시공간이 없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으며, 영원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내가 쓴 전자책을 읽었다면 그 정보는 시공간 어디에서든 동시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으며, 없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 정보는 어디에 위치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시점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물건에 집착하고 이를 후세에 남기려고 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물건은 쓰레기가 되어 사라지지만 디지털 정보는 영원히 남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식을 키우면서 찍었던 추억의 사진들을 액자나 비디오테이프로 남기면 나중에 쓰레기장으로 가지만, 디지털 정보로 바꾸어 SNS나 유튜브에 올려두면 영원히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한 물건들은 앞으로 디지털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겠다. 아이들과 여행하며 촬영한 테이프도 디지털로 바꾸고, 앨범에 있는 추억의 사진들도 디지털로 남기고, 일기장도 디지털로 바꾸고, 아끼던 물건들도 사진을 찍어서 디지털 정보로 바꾸어야겠다. 남기고 싶은 것을 전자책이나 음악, 영화로 만들고, 평생 내 손때가 묻은 노트북이나 백팩도 사진으로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려야겠다. 물건에 집착하고, 이를 자식에게 남기려 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디지털 정보로 작성하여 인터넷에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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