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두뇌동작에 의해 이루어진다. 눈이 멀쩡해도 시각중추에 손상을 입으면 보지 못하고, 귀가 멀쩡해도 청각중추가 손상을 입으면 들을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언어중추가 망가지면 말을 할 수 없고, 운동중추가 망가지면 움직일 수도 없다.
이런 두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일부는 태어날 때 이미 만들어져 있고, 일부는 20세 전후까지의 양육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뇌는 살아가면서 조금씩 수정되기도 한다. 태어날 때 이미 만들어진 두뇌는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DNA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이런 동작은 대부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동작한다. 그리고 두뇌의 변연계의 일부분과 대뇌피질은 양육과정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최근에 인간 두뇌의 동작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ChatGPT는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알파고는 바둑에서 이미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고, 이런 인공지능은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인간의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통역을 하든, 글을 쓰거나, 작곡을 하든, 그림을 그리든, 어떤 분야에서든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것이다. 이와 같이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 능력을 초월할 것으로 보이는데, 환각을 일으키는 것이 문제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에 의해 훈련된 대로,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기 때문이다. 바둑으로 훈련된 알파고에게 통역을 시키면 오동작하기 마련이다.
인공지능만 오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두뇌도 오동작을 한다. 진화 환경과 육아 환경이 지금과 너무나 달라, 훈련된 데이타와 지금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밀림에서는 먹거리가 언제나 모자랐다. 그래서 먹거리가 생기면 많이 먹어두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풍부한 현대에 그렇게 과식하니 배가 불룩 나오고 암도 생기는 것이다. 바로 에너지원으로 사용 가능한 포도당은 생기면 많이 먹어두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는 알고 보면 두뇌가 오동작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만물은 목적이 있는데 두뇌 동작도 목적이 있다. 두뇌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의 말과 행동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함을 알 수 있다.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것도, 높은 권력을 얻으려고 하는 것도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70대 중반인 내 두뇌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할 필요가 있을까? 생존을 위해 돈과 권력에 집착하고, 번식를 위해 여자를 쫓아다녀야할까?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왕년에 뭐를 했는데 하면서 힘 자랑을 하고, 양노원에 있으면서 자식들 자랑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다녀야할까? 늙으면 대부분이 암에 걸린다고 하는데, 어쩌다가 암에 걸리면 서울의 명의를 찾아나서고, 권력을 동원하여 진료일정을 앞당겨야할까? 이 모든 것이 두뇌가 나의 생존과 번식을 목적으로 동작하는 것이다. 이제 80을 맞이하는 내 두뇌는 그렇게 동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두뇌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나라는 것에 갇혀 산다. 즉 순간순간 나라는 것에 갇혀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노인의 두뇌도 그렇게 동작하다 보니 오동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라는 것도 두뇌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만든 것이며 가변적이다. 18~24개월 이전의 아이는 나와 세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코타르 증후군 환자는 내가 없다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고무손 실험을 해 보면 고무손도 내 신체의 일부로 착각하기도 하고, 두뇌의 TPJ에 손상을 입으면 체외이탈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리고 두뇌는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어릴 때 나와 지금의 나는 상당히 다른 경우도 많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나라는 것은 두뇌가 만들었고 가변적이다. 즉 불변의 나라는 것은 없다.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나라는 것에 갇혀, 두뇌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기 때문에 오동작 하기도 한다. 특히 내 두뇌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순간순간 나라는 프로그램에 갇혀 오동작을 한다.
인공지능과 비교하여 인간이 우수한 것은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인간은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 있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것에 갇히지 않으려면 알아차려야 한다. 현재 신경망의 동작을 알아차리면 그 자리에서 멈출 수 있다.
70이 넘으면 노화로 치매에 걸리기도 하고, 암에 걸리기도 하며, 낙상으로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다. 치매는 두뇌의 노화 과정에서 오는 현상인데, 보완하면서 살면 된다. 기억하지 못하면 메모하면서 살면 되고, 부엌에서 음식을 태우면 자리를 뜨지 않고 지키면 된다. 노인이 되면 몸의 여러 곳에서 암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면 암이 좋아하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암과 같이 살다가 죽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로 암을 고친다고 해도 수명이 조금 더 늘어나는데, 희생은 엄청나다. 다시 말하면 고통스럽게 조금 더 살 뿐이다. 그래서 나는 먹거리, 운동, 스트레스 관리, 잠 등을 잘 관리하며 건강하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이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 그러다 남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집에서 조용히 곡기를 끊고 떠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 두뇌는 나라는 것에 갇혀 살려고 발버둥치는 등, 무수한 오동작을 한다. 이를 벗어나려면 순간순간 알아차려야 한다. 알아차림에 머물면 변연계가 동작하지 않아 평온하다. 순간순간 알아차리면 언제나 평온하리. 그러면 내가 곧 부처고 내가 곧 예수임을 알게 되리라(부처와 예수도 인간이었고, 두뇌의 작용으로 말하고 행동하였다).
Published in Br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