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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나는 남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

JungTae Lee 0

얼마 전에 암 투병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친구를 문병하러 대전에 다녀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랑 강원도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같이 여행했던 친구인데, 3년 전에 정기 신체검사에서 수치가 이상하다고 해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니 췌장암 초기라 했다. 전국의 명의를 수소문해서 세브란스의 K 교수를 찾았고, 수 개월 후에나 가능하다던 예약을 다행히 빨리 잡아서 암치료에 들어갔다. 먼저 방사선 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이고, 초기라 수술이 잘 되었다고 기뻐했는데, 이제는 폐로 전이 되었다고 한다. 항암 치료도 힘들어 하고, 한 마디 대화할 때마다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정말 안스러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한 친구였는데, 하루 아침에 내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되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는 절대 이런 곳에 오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비율이 17% 정도인데 의료보험료의 70% 이상이 노인들이 사용한다고 한다. 앞으로 노인 비율이 30~40%에 이르면 감당이 되겠는가? 일본의 경우 노인 요양에 소요되는 비용이 국방비를 넘었다고 한다.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은 의료비를 쓰면서,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수 년을 보내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절대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했다.
살아가면서 위기를 맞을 때가 있다. 내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에 대해서는 그것이 법에 대한 것이든 의료에 대한 것이든 내가 직접 공부를 했다. 우리는 돈만 있으면 변호사나 의사가 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변호사는 돈을 받은 후에는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 내가 공부하여 변호사에게 알려주었을 때 변호사가 움직였다. 암환자도 의사가 다 고쳐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자신의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는 한, 의사가 고치는데는 한계가 있다.
내가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경험이 있다. 암환자가 초기에는 서울에만 가면 다 고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명의를 찾아 가는데, 서울에서 의사가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고 해서 고향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환자는 의사를 원망하고 심지어 쌍욕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그래서 내 친구에게 “암을 극복하려면 암에 대해 공부를 하라”고 했는데, “아픈 사람이 무슨 공부냐” 하며 명의만 찾아가면 고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호흡을 몰아 쉬면서 의사에 대해 원망이 큰 편이다.
건강했던 친구가 암으로 저렇게 되는 것을 보았을 때, 나에게도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일인데 그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친구의 경우와 호스피스 경험을 통해 보았을 때, 친구가 갔던 길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암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무수한 책과 인터넷 자료, 논문 등을 읽으면서 서서히 내가 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DNA가 변형된 세포가 이상 성장하는 것이 암이다. 암도 세포인 이상 번식을 위해서는 영양분이 공급되고 환경이 갖추어져야 한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DNA가 변형된 세포가 1개에서 2개, 4개, 8개로 성장하려면 암이 자라기 좋은 환경과 영양분이 필요하다. 지금의 의술로 암이 발견되려면 암의 크기가 0.5~1cm 정도 자라야 하는데, 이런 크기가 되려면 5억~10억개의 암세포가 있어야 하고 이 정도 성장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암에 대한 원인과 치료방법이 완전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암세포는 보통 세포와 달리 산소 환경을 싫어하고 포도당과 지방을 많이 소모한다. 그래서 산소가 희박하고 포도당이나 탄수화물, 지방 등이 풍부하게 제공되면 성큼성큼 자라게 된다.
암을 만드는 DNA가 변형되는 원인으로는 잔류농약, 매연가스 등 다양한 것이 있지만 노화도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다. 그래서 일본의 노인 전문의가 평생 3000구 이상의 노인 신체를 해부하였는데, 암 세포가 없는 노인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내 몸에도 어제 먹은 채소의 잔류 농약으로 암세포가 되었을 수도 있는데, 면역세포가 이를 청소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암이 좋아하는 짓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핵심은 4가지 인데, 그것이 먹거리, 운동, 스트레스, 그리고 잠이다. 잠부터 설명하면, 잠은 보약이라고 한다. 잠 자는 동안에 두뇌 신경망을 청소하기 때문에 잠은 아주 중요하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계속 호랑이가 나타나 생명이 위험하다고 두뇌가 아우성치면 제대로 살 수 있겠는가? 운동도 면력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암이 좋아하는 먹거리는 맛있는 음식인 경우가 많다. 달고 기름진 고기나 가공 식품들은 맛이 있어 우리가 아주 좋아한다. 이런 음식들은 암세포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암에게 풍부한 영양을 공급하게 된다. 현대의 맛있는 음식이 풍부하게 된 것은 수십 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지금처럼 암이 흔하지 않았다. 진화를 해 온 우리 몸은 채소와 과일에 익숙한데, 갑자기 포도당과 지방이 과잉 공급되니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암을 극복하려면 한마디로 암이 좋아하는 짓을 안하고 살아야 한다. 채소와 과일 위주로 먹고, 많이 움직여 운동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고, 잠을 잘 자는 것이다. 이러면 늙어 암세포가 생겨도 영양과 환경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에 급히 자라지 않고, 면역세포가 정리해 주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 부산물이 생기듯이 암도 급격히 자라지 않는다면 같이 살아가도 되지 않겠는가? 대장에 조그만 사마귀같은 암이 있더라도 급격히 자라지 않는다면 소화와 대사에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목구멍에 암이 생겨 구멍을 막는다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겠지만, 위장에 좁살만한 혹이 생겨 급성장하지 않는다면 살아가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특히 노인의 경우에.
70대 중반인 내 친구들이 90대 치매 부모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를 볼 때 나는 절로 “감사합니다” 하는 말을 중얼거린다. 부모님께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80을 바라보는 내가 100세 부모를 돌봐야 한다면 얼마나 부담스럽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보면, 나는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다가 자식과 국가에 민폐가 되지 않을 때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장에 암이 있는지 없는지 조기 검진하여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암이 있다해도 지켜보면서 급격히 자라지 않는다면 같이 사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암을 박멸하더라도 다른 곳에 암이 없다고 어떻게 보장하겠는가? 설령 그 암을 제거했다고 할지라도 다른 곳에 있던 암이 말썽을 일으켜 내 친구의 경우처럼 소위 전이 되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서 조기 검진하여 대장에 암이 있더라도 바로 수술하거나 항암치료를 할 생각이 없고, 지금처럼 암이 좋아하는 짓을 하지 않으면서 지켜볼 생각이다. 이렇게 지켜볼 생각이면 구태여 암을 찾아내어 지켜볼 필요가 있을까? 지금처럼 암세포가 급히 자라지 않게 살면 되는데.
물론 조기 검진하여 암을 찾아내고 조기에 조치를 취하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친구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는가? 그래서 나는 내 몸에 있는 암세포와 같이 살면서 이놈들이 급히 성장하지 못하게 암이 좋아하는 짓을 안 하면서 살다가, 너무 오래 살아 민폐를 끼치지 않는 수준에서 갔으면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목적이 있는데 두뇌의 동작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다. 그러나 80을 바라보는 내 두뇌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나라는 것도 두뇌가 만들었고 불변의 나라고 할만한 것도 없는데, 두뇌에 프로그램된 대로 내가 살려고 발버둥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에게 좋은 의사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하루라도 더 살게 해 주는 의사가 나에게 좋은 의사가 아니라, 나의 가치관에 따라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의사가 나에게는 좋은 의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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