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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죽음을 지니고 다니다가

JungTae Lee 0

우리는 대부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피하려고 한다. 뭔가 좋지 않고 나와는 관계 없는 일 같이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의 말과 행동의 근저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죽음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죽음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걱정을 벗어날 수 없고, 불쑥불쑥 밀려오는 불안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런 걱정이나 불안이 돈 때문에, 권력이 없어서,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높아도 걱정은 벗어날 수가 없다. 돈을 잃을까 봐 걱정이고, 권력을 잃을까 봐도 걱정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근저에는 죽음이 깔려 있다. 돈이 없어서, 권력이 없어서, 먹지 못할까봐, 병이 걸려도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을까봐 걱정이고, 불안하다. 우리는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면 걱정과 불안을 벗어날 수가 없다. 
죽음은 뇌가 동작을 멈추어 뇌파가 사라지면 죽음이라고 한다. 즉 뇌가 동작하지 않으면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뇌가 멈추면 변연계가 담당하는 감정도 없어지고 대뇌피질이 동작하지 않으므로 말도 할 수 없고 행동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뇌가 만들어내는 의식도 없다. 
의식이 없으면 인식도 없다. 우리 인간이 생활할 때 가지고 있는 인식기능도 없다. 잠잘 때와 같이 인식이 없다.
죽으면 두뇌가 망가져서 제기능을 못한다. 그러면 인식도 없다. 그래서 인간처럼 인식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그 무엇은 없다. 즉 우리가 아는 인간과 같은 귀신이나 영혼 같은 것은 없다. 
나란 인식도 두뇌가 만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18~24개월이 되어야 나란 것이 생겨난다. 그 전에는 나와 세상을 구분하지도 못한다. 두뇌가 망가져 18개월 이전과 같은 두뇌 상태가 되면 나라는 것도 사라진다. 나라는 것도 두뇌가 만든 것이다. 
두뇌가 망가지면 망가진 두뇌가 담당하던 기능도 사라진다. 다행히 변연계의 편도체부터 먼저 망가지면 공포감도 사라질 것이다. 시상하부가 망가지면 배고픔도 모를 것이고, TPJ가 망가지면 위치 계산이 잘못되어 체외이탈 현상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두뇌는 나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하므로, 이에 위기를 느끼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지만, 이 기능마저 망가지면 생각도 감정도 없이 그냥 조용해질 것이다. 이것이 죽음이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노인이 된 내 두뇌는 생존과 번식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냥 죽음을 지니고 다니다가 때가 되면 조용히 자연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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