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하고, 권력이 높으면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평생 돈을 벌려고 집착하고, 권력에 매달린다. 과연 부자가 되면 그 때부터 행복하고, 권력을 잡으면 그 때부터 행복해질까?
행복감을 느끼는 것도 두뇌의 동작이다. 보상중추에 도파민이 분비되어 활성화되면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 음식을 먹지 못하면 도파민 분비가 잘 안 되겠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도파민이 무진장 분비되는 것도 아니다.
챗GPT가 인간 신경망처럼 구조화되고 인터넷에 있는 많은 데이터로 훈련을 하니 인간보다 더 똑똑하다. 인간은 이제 바둑을 훈련한 알파고를 이길 수 없듯이, 인간이 만든 인터넷의 데이터로 챗GPT를 훈련한 지금, 어떤 분야이든 인간은 이제 챗GPT를 이기기 어렵다. 그것이 기사를 작성하는 일이든, 시나 소설을 쓰는 것이든, 통역을 하는 일이든, 마케팅을 하는 일이든, 변호사가 하는 일이든, 의사가 하는 일이든, 무슨 일이든 이제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은 창의성이나 감정을 가질 수 없다고 하지만 창의성이 기존 정보의 조합에서 나온다고 가정하면 인공지능의 창의성도 보통 수준이 아니며, 인간의 감정도 얼마든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그럼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기억용량이나 처리속도 면에서는 이제 인간이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 없다. 단지 인공지능은 데이타로 훈련받은 범위, 즉 프로그램된 대로만 동작할 수 있다. 바둑을 훈련받은 알파고는 바둑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지만, 통역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바둑에서 통역으로 전환되는 것을 컴퓨터용어로 컨텍스트 스위칭이라고 하는데, 인공지능은 컨텍스트 스위칭을 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컨텍스트 스위칭을 하려면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 즉 인공지능이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면 인간이 개입하여 도와주어야 한다.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두뇌는 의식을 발전시켜 왔다. 의식의 핵심 기능이 알아차림인데, 현재 상태를 알아차림으로써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인간 두뇌는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외부 모델을 만들고 자신의 몸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내부 모델을 만든다. 이 과정에 의식에 발생되어 자신과 환경의 상태에 대한 알아차림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자신과 환경에 대한 알아차림을 기반으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나(self)라는 것도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리 두뇌는 이렇게 만든 나의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동작한다.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우수한 것이 의식이다. 의식의 핵심기능이 알아차림인데, 알아차려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환경의 변화가 없으면, 의식할 것 없이 인공지능처럼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면 된다. 이렇게 동작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적이므로 인간 신경망도 대부분의 경우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즉 습관대로 느끼고, 습관대로 말 하고, 습관대로 생각하고, 습관대로 행동한다.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는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우리는 당신 때문에 화가 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프로그램된 대로 화가 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옆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화가 나서 추월해서 ‘끼어들기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무슨 바쁜 일이 있는가봐’ 하고 느긋하게 가는 사람도 있다. 마누라 말 한마디에 화가나서 대판 싸움을 하고 출근길에 나서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부질없는 일같이 생각된다. 화는 생리적으로 F/F(Fight/Fleight) 현상인데, 즉 F/F현상은 우리의 원시 조상이 밀림에서 호랑이를 만날 때 생존을 위한 몸의 반응이다. 그런데 마누라 말 한 마디에 목숨이 위험한 것으로 반응했으니 분명 두뇌가 오동작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두뇌는 그렇게 프로그램(훈련)되어 있으면, 알아차리지 못하면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따라서 프로그램된 대로 느끼고, 프로그램된 대로 자기합리화를 한다. 여전히 씩씩대면서 마누라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생각도 두뇌의 동작이다. 두뇌의 동작중에 근육을 제어하여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언어에 매핑되어 개념으로 묶이고 이것이 의식된 것이 생각이다. 따라서 생각도 두뇌의 동작이다.
생각을 일으키는 이러한 신경망의 동작도 대부분의 경우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우리는 내가 생각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경우 프로그램된 대로 생각한다.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의 생각은 프로그램된 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는 돈이 있으면, 권력이 있으면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도파민이 무진장 분비되는 것이 아니다. 신경망은 고통과 행복이 균형을 이루면서 동작한다. 그리고 고통과 행복같은 감정을 일으키는 변연계의 동작도 대부분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즉 프로그램된 대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어떤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가에 따라 인공지능이 성능이 결정되듯이, 인간두뇌도 신경망이 형성되는 시기에 어떤 환경에서 노출되는가가 그 사람의 일생을 좌우한다. 긍정적이고 행복한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는 프로그램된 대로 행복감을 느낄 것이고, 프로그램된 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손자가 잘 되기를 바라면서 여전히 며느리를 구박하며 산다.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