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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도 못하면서 반응해서 미안해

JungTae Lee 0

장시간 운전하여 호텔에 도착하니 피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데, 현서는 책상을 다 차지하고 앉아 근처에 오지 말라고 하며 또 언니와 싸우고 있다. 책상을 서로 차지하려 싸우고 “보지 말라”고 해서, 보채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짝 짜증이 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장시간 운전한 할아버지에게 감사 편지를 작성하려고 한 것이었다. 의도도 모르면서 반응해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없이 대부분 신경망에 프로그램된 대로 행동한다. MRI로 두뇌를 측정해 보면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도 프로그램된 대로 행동하고, 상대도 프로그램된 대로 반응한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의 의도도 모르면서 내 마음대로 해석하여 반응하고, 상대도 의도 없이 프로그램된 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일단 감정을 읽어 주고 의도를 먼저 파악한 후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반응해도 늦지 않다.
인간은 신경망에 프로그램된 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말 하고, 행동하는데, 그런 프로그램은 유전과 육아로 형성된다. 유전은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좋은 육아 환경을 제공하여(대부분의 주요 신경망은 육아 환경에서 형성) 좋은 신경망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이는 최근 급부상한 인공지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초보 기보로 아무리 훈련해도 좋은 알파고는 만들어질 수가 없다.
그럼 좋은 신경망이란 어떤 것일까?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일단 다음과 같은 3가지가 떠오른다. 첫째 자신의 감정 관리가 되는 사람(결혼 상대를 고를 때 첫번째로 중요한 사항이 자기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가), 둘째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자존감 높은 사람(남에게 휘둘리면 인생이 고달파진다), 그리고 세번째로 많은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정도가 생각난다. 세상은 내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내 두뇌로 해석한 것이다. 해석할 신경망이 빈약하면, 보이는 세상도 빈약할 수 밖에 없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양질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독서 습관이 몸에 배여야 하고,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
우리는 자식이 원하는 대로 해 주고, 돈이 많거나 성공하면 행복할 것으로 착각한다. 원하는대로 해주면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사람이 되어 세상 사람들이 다 싫어하고, 캥거루 자식이 되어 부모의 노후가 고달파지며, 결국 자식도 망한다.
최근 뇌과학의 위대한 발견중 하나가 “고락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항상성을 유지 한다”는 사실이다. 락(즐거움)만 존재할 수가 없다. 고(고통)와 락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고생하지 않은 자식은 삶이 고달파진다. 균형 추가 락(즐거움)쪽으로 이동하여 더 많은 쾌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다행이 돈을 많이 벌거나 권력을 잡더라도, 그것을 휘두려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고,  그런 사람 근처에 가지  않으려 한다. 그런 사람 근처에 가면 삶이 고달파지기 때문이다.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처럼 서로 사기치고 믿지 못하며, 잠 못 이루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하지 않는가. 돈과 권력은 휘두르는 무엇이 아니고,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절제하며 사는 수준에서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나쁜 빅데이타로 훈련한 인공지능이 좋은 인공지능이 될 수 없듯이 인간도 좋은 빅데이타로 육아를 해야 한다. 부모는 좋은 육아 환경이 어떤 환경인지 고민하며 살아야 하고,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이  좋은 삶을 살 수가 있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먹고 자란다. 부모의 말은 3정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그것이 인정, 긍정, 다정이다. 일단 인정하라. 그러려면 상대의 감정을 읽어 주어야 한다. 언제나 긍정의 말을 사용하여야 한다. 살다보면 좋을 때도 있지만, 힘들 때도 있다. 백번 넘어져도 털고 일어나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게, 언제나 긍정의 말을 사용하여야 한다. 다정한 말을 사용하라. 지적은 줄이고 칭찬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된다.
완벽한 인간이 없듯이 완벽한 부모도 없다. 육아도 공부를 하면서 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부모도 성장한다. 늘 좋은 육아 환경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식이 훌륭한 인간으로 자라고, 부모도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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