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죽음을 생각하라’ 라는 영화가 있다. 어떻게 죽는지를 알아야 어떻게 살지를 알 수 있다.
늙어서 치매에 걸리면 두뇌의 손상된 부위에 따라 여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해마가 손상되면 현재 일어나는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며, 언어중추가 퇴화되면 상대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진다. 측두엽이 퇴화되면 장기기억도 잊게 되고, 전전두엽이 손상되면 판단력이나 제어능력이 손상되어 성격이 확 바뀌기도 한다.
치매에 걸린 지인은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닥달을 한다고 한다. 또 지인의 엄마는 자식이나 요양보호사가 돈을 훔쳐간다고 의심하며, 어떤 사람은 폭언을 하거나 아주 폭력적으로 성질이 바뀌기도 한다. 귀신을 보았다거나 돌아가신 조상과 대화 하기도 하며, 저녁이 되면 잠을 자지 않고 배회하여 보호자를 아주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몸이 퇴화하듯이 두뇌도 퇴화한다. 우리는 몸이 퇴화하는 것은 쉽게 알아차리는데 두뇌의 퇴화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늙으면 눈이 침침해지고, 이빨이 빠지고, 허리가 구부정해지며, 무릎이 아프다. 이런 것은 쉽게 알아차리는데, 두뇌가 퇴화하여 남을 의심하거나 성격이 바뀌는 것은, 두뇌가 퇴화하여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알아차리기 어렵다.
늙으면 기억력이 퇴화하여 잘 잊어 버린다. 평소에 돈을 보관하던 장소가 허술하다고 생각하여 좀 더 깊은 곳에 돈을 숨겨두고는 이 사실을 잊어먹고 돈이 없어졌다고 주위사람을 의심하기도 한다. 평소에 남편에 대해 불신하는 버릇이 있는데, 안와전전두엽이 퇴화하여 제어가 안 되면 남편이 바람피웠다고 의심하게 된다. 욕심이 많으면 집에 쓰레기 같은 물건을 가져다 쌓는 노인이 된다.
두뇌가 퇴화하여 이런 특성이 나타나면 보호자는 참 난감해진다. 따지고 진위를 가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치매 환자에게 불안이나 자존감을 훼손시키면 치매가 더 악화될 뿐이다. 그러니 보호자는 스트레스를 엄청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제 오래 살다보니 80~90 이상을 산다. 또 80대 중반이 되면 40% 이상이 치매에 걸린다고 한다. 또 의술이 발전하다 보니 이런 치매 상태에서 10~20년을 사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러니 후유증도 심각해지고 있다. 치매 부모를 모시는 자식의 삶이 무너지게 된다. 정상 부모라면 누구도 자식이 망하기를 원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치매에 걸리더라도 보호자를 힘들게 만드는 신경망이 없었으면 좋겠다. 밥을 주면 주는대로 먹고, 먹고 난 후에는 “감사합니다” 하는 착한치매라면 치매에 걸리더라도 자식들이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이다.
이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치매, 이런 치매로 죽는 삶을 생각해 보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두뇌가 퇴화하더라도 평소에 많이 사용한 신경망은 남아 있으니, 좋은 신경망을 강화시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의심하는 신경망을 만들지 말고, 상대가 시키는대로 하고,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신경망을 강화하여, 두뇌가 많이 망가지더라도 이런 신경망이 남도록 살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