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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명의란?

JungTae Lee 0

사람들은 큰 병에 걸려 죽음에 이르면 명의를 찾아 나선다. 명의를 찾아 서울로 가고, 목숨을 잇게 해 주는 의사를 명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가치관을 존중해 주고, 그 가치관에 따라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사가 명의다.
요양병원에 가 보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코에 영양관을 삽입하고, 에크모로 강제호흡을 하는 환자를 종종 만난다. 의식이 없어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 년씩 그렇게 보내고 있다. 젊은이라면 희망이라도 걸 수 있지만, 그런 상태의 노인을 볼 때면 나는 어떻게 할 지를 생각해 본다. 아무 대책없이 아파서 응급실로 실려가면 정해진 코스로 그렇게 흘러가니,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운이 좋아 빨리 목숨을 거둘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루하루 고통 속에 오래 산다면 끔직하게 생각된다.
늙으면 몸이 퇴화하듯이 두뇌도 퇴화한다. 치매는 두뇌의 퇴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퇴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일지라도, 문제는 퇴화과정을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오래 살면서 가족이나 사회에 아주 큰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인이 많은 사회는 부작용이 크다.
옛날에는 대부분 60전후에 죽었기 때문에 두뇌의 본격 퇴화 전에 마무리되어 후유증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은 90~100살을 살면서 두뇌가 퇴화하여 여러가지 후유증을 나타내지만 정작 본인은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런 노인이 2050년에는 40%이상이 될 것이라니 그 후유증이 대단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 두뇌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한다. 70이 넘은 노인인 내 두뇌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해야 하는가? 치매로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내 두뇌가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내 두뇌가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치매에 걸리면 보완하면 살면 되고, 혼자서 자립할 수 없으면 생을 거두어들이면 된다.
죽음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자연현상일 뿐이다. 낙엽은 지게 마련이고, 언젠가 이별은 오게 마련이다. 다 생각에 달려있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일이다. 죽음도 자연현상으로 가볍게 받아들이면 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병으로 통증이 심하면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활용하면 통증을 제어할 수 있다. 죽음에 임박하면 먹는 것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통증이 심하면 통증을 제어하면서, 먹는 음식을 줄이다가 입을 닫으면 된다. 병원에 데려가서 억지로 살리려고 하지 마라.
평소에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남(여기에는 배우자나 자식도 포함)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면 죽음을 받아들이면 된다.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고, 퇴화하면 보완하며 살다가, 자력으로 살 수 없으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입을 닫으면서 마무리하겠다.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억지로 목숨을 이어려고 하지 마라. 그것은 나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목숨만 이어가는 삶을 상상해 보라. 그것은 나에게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하는 명의는 생명을 살려주는 의사가 아니고, 나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내 가치관에 따라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사다. 억지로 목숨을 잇게 만드는 것은 살인 이상으로 나에게 저지르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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