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Enter" to skip to content

알아차림의 중요성

JungTae Lee 0

노인이 되면 몸의 여기저기에 고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눈이 침침하고, 잇빨이 빠지고, 혈압과 당뇨가 높고, 무릎이 아파온다. 그래도 이것은 통증이 오기 때문에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나이가 들면 몸만 퇴화하는 것이 아니라 두뇌도 퇴화한다. 기억력도 예전같지 않고, 판단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것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연구에 의하면 노인들에게 사기 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라고 한다. 경로당 노인들을 상대로 “이것만 먹으면 무릎 아픈 것이 싹 없어진다”고 하면 쉽게 사기칠 수 있다. 밀가루약을 몇십만원에 쉽게 팔아 먹기도 한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누구나 쉽게 느낀다. 가스불에 음식을 올려두고 태워먹기 일수고, 쓰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알지 못해 온 집안을 뒤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것은 내가 잊어먹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잊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를 때이다. 물병을 들고 가다가 정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 정원에 핀 아름다운 꽃이야기를 하다가 물병을 정원에 둔 사실조차 잊어버리면 다음날 누가 물병을 정원에 두었는지 따지게 된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누명을 쓰게 된다.
이것은 약과에 불과하다. 돈을 다른 곳에 숨겨두고 이 사실을 잊어버리면 남을 의심하게 된다. 평소에 미운털이 박힌 며느리가 내 돈을 가져 갔다고 의심하게 되고, 그러면 인간관계의 갈등이 생긴다. 이것이 심해지면 치매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두뇌가 퇴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보완하며 살며 된다. 밭에 일을 하다가 호미를 자주 잊어 먹으면 바구니를 들고 다니면서 호미를 그 속에 담으면 되고, 밥솥을 자주 태워 먹으면 가스불을 켤 때마다 그 곁을 떠나지 않으면 된다. 밥을 먹고 다시 달라고 한다는 지적을 받으면 식사 후 메모해 두면 된다. 물건이 찾는 곳에 없거나 다른 곳에서 찾아지면 상대를 의심하기 전에 내가 행하고 기억하지 못할 수 있음을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노인들은 자신이 행하고 잊어먹었다는 사실은 잊고 상대를 의심한다. 그러면 아무 것도 모르는 상대는 고통스럽게 되고, 이것은 갈등의 원인이 된다. 이런 상황이 심해지면 치매현상으로 나타나고, 이런 치매환자를 돌보는 것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결국 이런 노인은 보호자도 중풍에 걸리게 만들거나 아니면 자신이 요양원으로 가는 신세가 된다.
노인이 되면 몸이 아픈 것보다 중요한 것이 두뇌의 퇴화를 알아차리고, 이를 인정하고 보완하며 사는 것이다. 가스불에 음식을 태우면 곁을 지키는 것이고, 남을 의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행하고 잊어버릴 수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큰 결정을 내릴 때에는, 자신의 판단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인정하고 자식들과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뷸구하고, 일부 노인들은 자신의 청력 퇴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늘도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Bitn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