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다. 자동차는 이동이 목적이고, 스마트폰은 다양한 목적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 목적이 통신이다. 하물며 하찮은 나무 젓가락도 음식을 먹는데 사용하는 목적이 있다.
그러면 인간 두뇌의 동작 목적은 무엇인가?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진화의 역사를 통해 내가 현재 이 자리에 존재하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생존과 번식”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은 후 직장에 출근하는 것도 생존과 번식을 위한 일이고, 출세나 돈을 벌고, 명예를 추구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생존과 번식을 위한 일이다.
친구를 만들고 사회활동을 하는 것도 생존과 번식을 위한 일이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병원에 가서 병을 치료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생존과 번식을 위한 일이다. 하물며 바람을 피우는 것도 생존과 번식을 위한 두뇌의 오동작이고, 노인들이 자식을 자랑하는 것도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배우고 사회활동을 할 젊은 시절에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두뇌의 동작은 중요하다. 하지만 70이 넘은 노인의 두뇌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자식 자랑을 하고, 손자손녀 일에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동작인지 생각해 본다.
자식이 모두 외국에 있고, 치매 부인을 간호하던 친구가 중풍에 걸렸다. 그 와중에 부인이 낙상을 당하여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병원에서 수술을 하였는데 간병할 사람이 없어 간병인에게 부탁하였다. 그런데 얌전하던 부인이 갑자기 난폭해져서 의사나 간호사가 오면 잡히는대로 집어든진다고 했다. 몸은 움직일 수 없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병실에서 얼마나 불안하였겠는가? 한마디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노인이 된 내 두뇌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스개소리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이고, 불확실한 것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70살에 죽으면 실패고 90에 죽으면 성공인가? 그런데 내 두뇌가 이제까지 동작한 것처럼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살려고 발버둥쳐야할까? 친구들이 듣기 싫어하는 데에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돈 자랑 하고 자식 자랑하며 다녀야할까?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돈에 매달리고 권력에 집착해야 할까?
내 두뇌는 이제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 생각과 행동, 감정 하나하나를 알아차려 보면 모든 것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하고 있음에 놀란다. 맛 있는 음식에 집착하는 것도, 자식을 자랑하고 다니는 것도, 돈으로 자식들의 효를 강요하는 것도, 두뇌가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동작하는 현상이다.
이제 내 두뇌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 일에 휘둘리지 않고 평온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먼저 순간순간 알아차려야 한다. 순간순간 알아차리고 평온해야겠다. 이런 연습을 계속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