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고치려 하지 말고 관리하며 살고, 살려고 발버둥치지 말고 죽음을 지니고 다녀라.
늙으면 몸의 여기 저기에 고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머리는 하얗게 되고, 눈은 침침해지며, 얼굴에는 온통 주름이다. 이빨은 다 빠져 음식을 씹기 어렵고, 귀는 어두워 상대의 말을 알아듣기 어렵고, 목소리는 점차 높아진다. 숨은 점차 가빠오고,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잘 안된다. 허리는 점차 굽어지고, 언제나 무릎이 아파 걷기 힘들다.
그래서 머리는 까맣게 물을 들이고, 보톡스 수술로 얼굴 주름을 피운다. 침침한 눈은 수술로 고치고, 임플란트로 이빨을 새것으로 대체하며, 인공와우 수술로 귀를 고친다. 당뇨병으로 약을 먹고, 고혈압을 치료하려고 또 약을 먹는다. 독한 약으로부터 위장을 보호하기 위해 약을 먹고, 염증 때문에 스테로이드성 약을 먹고, 아픈 허리나 무릎 때문에 진통제를 먹는다. 그러다 보니 매 식사 때마다 한 숫가락 정도의 약을 먹게 된다.
늙으면 몸의 여기저기에 고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것을 하나하나 고치려 하면 매일 병원에 다니게 된다. 여기 고치면 저기 고장이고, 저기 고쳐 놓으면 이제 암이란다. 항암제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암의 크기를 조금 줄여 수술을 하니, 화장실에서 넘어져 이제 일어나기도 어렵게 되었다.
이렇게 늙음을 병으로 보고 고쳐 살겠다는 가치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병원에 다니는 것이 일이고, 현재 아픈 대상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그것을 고치는 과정에서 다른 곳에 미치는 부작용을 간과하기 쉽다. 우리 몸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고혈압을 강제로 낮추면 다른 곳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늙으면 누구나 암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눈에 띄는 암을 수술로 제거하면, 암이 있지만 발견되지 않는 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그래서 검사에서 암이 발견되더라도 노인의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면, 지켜보며 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평소에 운동을 하고, 식단을 관리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잠을 잘 자야 한다. 몸에서 여기 저기 좀 불편해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으면 관리하며 사는 것이다. 남(의사)의 도움을 받아 고칠 경우에 예상되는 부작용을 미리 점검해보고, 부작용이 예상되는 경우 불편을 감수하며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화로 오는 불편을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관리하며 살면 다른 사람(예: 자식)들을 괴롭히지 않고 더 삶의 질이 높은 인생을 살 수 있다. 자기 관리를 잘 하지 못하면 자신도 괴롭지만, 주위 사람들을 많이 괴롭히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우리 두뇌는 생존과 번식을 목적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죽음의 위기에 봉착하면 소름이 끼치고 살려고 발버둥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려고 하는 반응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지인의 마누라가 치매인데다가 낙상을 당해 병원에서 고관절 수술을 받게 되었다. 치매 마누라를 돌보다가 스트레스로 지인도 중풍으로 바깥 출입이 어렵게 되었다. 자식도 외국에 있어 마누라 간병을 간병인에게 의지하고 있었는데, 마취에서 깨어나자 마자 마누라가 아주 난폭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간호사나 간병인이 근처에 가면 물건을 보이는대로 집어던진다고 한다. 몸은 움직일 수 없는데, 주위에는 온통 모르는 사람 뿐이니 살려고 발버동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나”라는 것도 두뇌가 만든 것이고 불변의 “나”라는 것도 없다. 70~80세 노인의 두뇌도 젊을 때처럼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동작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노인이 된 지금, 언제나 죽음을 지니고 다니면서,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고, 죽음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평안한 마음으로 숨을 거두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