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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뇌가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JungTae Lee 0

이 세상 모든 것은 목적이 있다. 집은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고, 전등은 불을 밝히는 것이며,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면 두뇌의 동작 목적은 무엇인가? 생존과 번식이다. 학생이 수학공부를 하는 것도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이고,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것도 알고 보면 그 기저에는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친구를 사귀어 잘 지내려는 것도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이며, 국가를 위한 행동도 그 밑바닥에는 나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노인의 두뇌도 마찬가지로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한다. 두뇌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닌데, 평생 살아온 대로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하지 않겠는가!
노인이 되면 뇌에 문제가 생겨 치매나 중풍에 걸리기도 하고, 암에 걸리기도 한다. 이러한 병들은 생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병에 걸리면 명의를 찾고, 고치려고 먼 서울 길을 사흘이 멀다 않고 찾아 다닌다. 한마디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의 마누라가 치매에 걸려 남편이 간병 중인데, 남편도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중풍이 왔다. 설상 가상으로 부인이 낙상을 당해 고관절이 부러졌고,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재활 중인데, 가족이 간병할 수 없어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에 얌전하던 부인이 난폭해져서, 보이는 물건은 무조건 집어 던지고, 소리 소리를 지런다고 했다.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치매로 사리분별은 잘 안되는데, 주위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얼마나 공포스럽겠는가? 한마디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다.
일본에서 평생 노인을 돌본 와다 히데끼 의사에 의하면, 노인의 몸에는 대부분 암이 있었다고 한다. 몸에 암을 가지고 있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다. 또 80이 넘은 노인의 절반이 치매에 걸린다고 한다. 노인이 치매나 암에 걸려도 자식이나 주변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명의를 찾아 다니거나, 병에 좋다는 치료는  다 하면서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하나밖에 없는 집마저 처분하고 가족이 길거리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또 치매에 걸려 밤잠도 자지 않고 집밖으로 나돌면서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자식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을 볼 때, 과연 노인의 두뇌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세상의 많은 보편적 진리도 모두 예외사항이 있지만 “인간은 죽는다” 라는 진리에는 예외가 없다. 노인이 되어 10~20년 더 사는 경우는 있지만, 침대에 누워 똥오줌을 받아내면서 10년을 더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노인이 된 지금 내 두뇌가 생존에 목적을 두고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제 내 두뇌가 생존과 번식을 목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좀 완화시켰으면 한다. 내 두뇌의 동작을 알아차리면서, 생존과 번식에 휘둘리지 않고, 편온하게 지내도록 신경망을 변화시키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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