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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세스의 “내가 된다는 것”을 읽고

JungTae Lee 0

우리는 불변의 ‘나’라는 것이 여기 ‘이 몸’으로 존재하고, “‘내’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오감의 제한된 신호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볼 수 없으며, “세상은 내 두뇌로 해석한 것”이다. 아닐 세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와 세상은 두뇌가 만든 “제어된 환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두뇌를 통해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평소에 자연스럽게 처리하던 일도 두뇌에 고장이 생기면 수행할 수가 없게 된다. 중풍에 걸려 두뇌에 손상을 입으면 손상된 두뇌 부분에 해당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이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우리 두뇌는 세상을 보고 지식을 쌓아 기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목적으로 동작한다. 두뇌의 동작 목적이 생존과 번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긴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아 후손을 남겼고, 지금 여기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외부 신호(외수용 감각 신호)를 받아들여 두뇌가 이것을 해석하여 세상을 본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상향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면 위급상황에 대비할 수가 없다. 자동차가 나를 덮치기 직전인데 언제 정보를 처리하고 있을 시간이 있겠는가?
두뇌는 기억된 정보를 이용하여 세상의 모델을 미리 만들고,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신호로 이 모델의 오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동작한다. 미리 만들어진 예측 모델이 오감을 통해 들어 오는 신호와 큰 차이가 없으면 그 모델대로 세상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말과 행동을 수행하며, 차이가 있으면 오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모델을 수정한다. 이렇게 하향식으로 모델을 미리 만들어야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으며,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상의 모델을 미리 만들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은 환각이라고 하는 것이며, 오감을 통해 모델을 수정하기 때문에 “제어된 환각”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보는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니고 “제어된 환각”이다.
우리는 행복을 느낄 때도 있고, 불행이나 공포감을 느낄 때도 있다. 이러한 감정은 외부 환경이 “나”의 생존에 유리하면 행복하고 불리하면 공포감을 느낀다. 이렇게 “행복은 생존을 위해 두뇌가 만든 도구”이다.
행복과 공포 같은 감정을 생성하려면 내가  존재해야 한다. 우리는 내가 여기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라는 것은 내수용 감각(몸의 내부에서 두뇌로 전달되는 감각) 신호를 기반으로 두뇌가 만든 예측된 모델이다. 즉 두뇌는 나의 예측 모델을 미리 만들고 내수용 감각 신호를 받아 이 모델의 오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정 보완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나를 기반으로 외부 신호가 생존에 유리한지 비교하는 기준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몸을 제어한다.
이렇게 두뇌에 의해 만들어진 나는 생존을 위해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즉  체온은 37.5로 유지되어야 하고, 수분은 70% 정도를 유지되어야 하는 등, 항상성이 유지되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예측 모델은 항상성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예측 모델은 불변으로 언제나 존재하는 것처럼 지각되는 것이다.
나와 세상은 두뇌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만든 것이고, 행복은 생존을 위한 도구이다. 그런데 노인의 두뇌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작할 필요가 없다면 내가 보는 세상이 맞고, 불변의 내가 존재한다고 잡착할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우리 모두는 행복하게 살려고 발버둥치는데, 나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도구인 행복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면 노인의 두뇌는 어떻게 동작해야 할까? “내가 보는 세상이 내가 아는 것과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불변의 “나”라는 것은 없으니 “나”라는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죽음이 다가오면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도록” 신경망을 바꿀 필요가 있고, 특히 행복도 추구할 필요가 없다. 그저 감정을 생성하는 변연계가 조용하여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나와 세상은 “제어된 환각”임을 알아차리고 그저 “평온”하게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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