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친구 부인이 치매에 걸려 고생 중이다. 얼마 전에는 낙상으로 고관절이 부러져 지금은 입원중에 있다. 고관절이 부러지면 수술도 중요하지만 재활이 특히 중요한데, 치매환자가 재활훈련을 잘 극복해낼지 걱정이다. 더구나 친구는 스트레스로 와사풍이 와서 외출이 어려운데, 옆에서 지켜 보기에도 안쓰럽다. 치매환자가 생기면 온 집안이 초비상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치매환자는 두뇌의 손상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알츠하이머처럼 해마가 위축되면 기억력이 퇴화된다. 그러면 음식을 태우기도 하고, 심해지면 밥을 먹고 돌아앉아 다시 밥을 달라고 하기도 한다. 뇌경색이나 뇌출혈같은 혈관성 치매는 뇌의 다양한 부분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데, 손상 입은 부위에 따라 언어장애, 환청, 환각 등을 겪기도 한다. 술을 많이 마셔 나타나는 알콜성 치매로 전두엽에 손상을 가져오면 판단력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이 치매다. 그러나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의 저자인 웬디 미첼은 치매환자이면서 자식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혼자서 살아가고 있는데, 심지어 책까지 집필하였다. 저자에 의하면 치매환자도 두뇌가 퇴화된 부분을 인지하고 그 기능을 보완하는 대책을 활용하면 혼자서도 살만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기억력이 퇴화하여 식사후 밥을 다시 달라고 하면 식후 “식사했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밥을 달라고 하기 전에 먼저 이 기록을 체크해 보는 것이다. 지남력이 퇴화하여 집을 찾기 어려우면 평소에 GPS 기능을 활용한 스마트폰의 네비 기능을 활용하는 법을 배워 두는 것이다.
경증치매인 경우는 이처럼 보완기법을 사용하여 대부분 혼자서 살아갈 수 있지만, 중증치매 환자의 경우 보호자 없이는 살아가기 어렵다. 치매환자는 대부분 편집증, 공포감 등을 느끼게 되는데, 특히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배회하면 보호자는 최악의 상태가 된다. 얼마전 일본에서는 아들이 치매로 밤에 배회하는 어머니를 베개로 목졸라 죽인 사건이 있었는데, 며칠 밤을 자지 못한 아들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된다. 그래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는 치매를 공부하여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며, 보호자 혼자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우면 요양병원 등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혼자서 감당하다가 불행을 겪기 보다는 나을 것이다.
치매 환자 돌보기에서 가장 힘드는 것은 엇박자를 내는 것이라고 한다. 치매환자의 특징중에 편집증과 공포감 등을 들 수 있는데, 두뇌가 퇴화되니 자기 세계에 갇혀 살기 때문에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밥을 먹으라 하면 안먹고 다른 짓을 하고, 잠을 자라고 하면 꾸역꾸역 밖으로 기어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호자가 화가 나서 윽박지르기라도 하면 치매는 더욱 악화된다.
우리 두뇌의 동작목표는 생존과 번식이다. 치매환자도 생존에 위협을 느끼면 자동으로 공포감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한다. 밤에 밖으로 배회하는 것도 보호자가 화를 내면 공포감을 느껴 살려고 발버둥치는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보호자가 화를 내면 치매는 더 악화될 뿐이니, 차라리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80이 넘으면 2명중 1명은 치매에 걸린다고 한다. 치매에 걸리지 않게 평소에 건강 관리도 잘 해야겠지만, 경증치매가 오면 퇴화된 두뇌기능을 보완하며 살면 된다. 그러다 남의 도움없이 살기 어려운 중증 치매가 오면 보호자가 돌보기 어려운 치매환자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즉 착한 아이처럼 “예” 하며 시키는대로 하고, 끝나면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치매환자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두뇌는 가소성이 있다. 평소에 많이 사용하는 신경망은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는 신경망은 점차 퇴화된다. 노인 부부들을 보면 티격태격하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두뇌가 퇴화하여 자기 고집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로 중증치매라도 걸리면 자식에게 지옥문을 열어 주거나 아니면 본인이 요양원에 가야할 신세가 된다. 이런 불행을 피하려면 착한 아이처럼 보호자가 시키는대로 “예” 하고, 끝나면 “감사합니다” 하는 신경망를 강화해야겠다. 이제 “예, 감사합니다”를 습관화하여 착한치매가 되도록 훈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