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거의 습관대로, 프로그램된 대로 산다. 초급 바둑 기보로 아무리 훈련해도 이세돌을 이기는 알파고는 나오지 않는다. 어릴 때 효의 빅데이터로 훈련하지 않으면 절대 효자는 나오지 않는다.
인간의 두뇌는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동작한다. 자식을 돌보는 것은 두뇌의 동작 원리에 부합하기 때문에 교육이나 훈련하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자기 자식은 돌본다. 그러나 부모를 돌보는 것은 두뇌의 동작목표가 아니다.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 훈련해 두지 않으면 절대 그렇게 동작하지 않는다. 효자는 나오지 않는다.
큰누나집에는 아들 며느리가 판사고 의사다. 누나를 만나면 언제나 공부 잘하는 아들 자랑이다. 그런데 그 누나는 지금 요양병원에 있다. 아들 자식이 자주 찾아뵙지 않는데, 소위 노인학대를 해도 어떻게 하겠는가? 자식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부모를 찾아뵐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어릴 때 그렇게 훈련되어 프로그램되었고, 그 습관대로 살면서 자기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누나는 언제나 딸아들이 공부를 못해서 걱정이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번듯한 의사나 판검사는 없지만, 고관절 수술로 잘 걷지 못하는 부모를 모시고 주말이면 여행을 다닌다.
우리는 자식이 태어나면 모든 것을 받쳐 육아를 한다. 바빠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겨두고 돈을 많이 벌어 최고의 옷을 사 입히려고 한다. 장난감이라면 좋은 장난감은 다 사주고, 좋은 유치원, 영어, 수영, 바이올린 등 학원이라면 모든 학원에 다 보낸다. 공부만 잘 하면 최고이고, 일류 대학을 나와 교수, 의사, 판검사가 되면 입에 달고 다니며 자랑을 한다.
어릴 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엄마의 편안 마음 상태인데, 돈 버는데 바빠 쫏기는 엄마 마음에서, 어떻게 살아가면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아이가 나오겠는가? 판검사, 의사로 아들이 자랑스럽겠지만 자신은 진정 요양병원에 가서 학대를 받다가, 중환자실에서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세월을 보내야 하겠지. 더욱 한심한 것은 그렇게 자랑스러운 아들은 정년퇴임을 하면, 산이나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고집센 노인으로 이 사회의 민폐가 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자식은 어릴 때 엄마의 편안한 마음 상태에서 자라야 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힘든 일도 생긴다. 그 때도 긍정적이고 편안한 마음을 가진 자식들은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다. 공부가 다가 아니고 사회적 성공이 최고가 아니다. 이 사회에는 성공했지만 소시오패스도 많다. 사회에 도움이 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면 된다.
나는 어릴 때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학교에 갔다와서 공부하면 야단을 맞았다. 책이라도 읽고 있으면 “공부하면 밥이 나오냐” 하면서 야단을 맞았다. 그렇게 자란 덕분에 정년퇴임 후에도 일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어릴 때부터 청소라도 시키고, 자연스럽게 집안 일을 공동으로 하고,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버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어릴 때 한 고생이 싫어서 내 자식은 고생시키지 않고 키우려고 했다. 외국 유학까지 하고 대학교수로 정년퇴임한 동료들이 당구장에서 소일하는 노인을 보면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별 수 있겠는가, 잘못 판단했으면 댓가를 치를 수 밖에. 내가 갈 길은 큰누나의 길일 것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길에서 가능하면 노인학대를 덜 받고 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보아야겠다. 육아를 잘못했으면 댓가를 치를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