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는 나보고 문중 일에 무관심하지 말고, 뛰어 들어가 잘 살펴보라고 한다. 웃대 산소가 공업용지로 편입되어 보상금이 나오고, 이장하려는 곳도 도로 개설에 편입되어 보상금이 나오니, 다들 집안 일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보상금의 내역도 소상히 밝혀야 하고, 어디에 얼마 사용하였는지 내역도 소상히 밝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눈이 밝은 내같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개입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내역을 따지고 들면 집안 형님들과 얼굴을 붉혀야 할 가능성이 있고, 법정으로 가서 다투어야 할 일도 생길 수 있을 것인데,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어느 정치인의 말대로 돈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묻게 되고, 하나하나 시시비리를 따지다 보면 얼굴을 붉히게 되고, 이 나이에 척을 지고 원수가 생기게 된다.
사람들은 떡고물이 생기는 곳에 모여드는데, 나는 그 근처에 가고 싶지 않다. 흙탕물에 들어가 서로 할퀴고 상처를 받고 허우적거리며 살고 싶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 할 일도 많은데, 서로 싸우고 상처주는 곳에 가고 싶지 않다.
세상을 약사빠르게 사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잘 사는 것도 부인하지 않겠다. 일제 때 몇자 지식으로 일본 앞잡이를 한 집안이 해방 후에도 애국자 집안인양 떠들고 다나는 경우도 본다. 어느 대통령 후보는 명절 때 집안에서 애국가를 부른다고 하기에 어떤 집안인지 살펴보니 별로 따르고 쉽지 않은 집안이었다. 평소 가치관이 표현되는 언행을 보니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사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겠지만, 나는 그런 부류와 가까이 하며 살고 싶지 않다.
인간의 두뇌는 기본적으로 생존과 번식을 위해 프로그램되어 있다. 그 프레임대로 살면 이기적으로 살기 마련이다. 돈이 되고 이익이 되는 곳에 약사빠르게 끼어든다. 그러나 두뇌는 원시환경에서 만들어져 진화해 왔는데, 기본 프레임대로 살면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고 두뇌의 종으로 살게 된다.
밑그림이 생존과 번식에 맞추어져 있더라도, 그 위에 색칠을 잘 하면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다. 변화의 시대에 잘 적응하면서 자유롭게 살 수가 있다. 그런데 내가 왜 흙탕물에 뛰어들어가 허우적거리며 살겠는가? 칠십이 넘은 이 나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