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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시대의 함정

JungTae Lee 0

나는 세상의 급격한 변화가 두렵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그 이후의 세상이 두렵다는 이야기다. 

지난 겨울엔 냉온수기를 설치하는데, 동네 보일라집에 가니 설치해 주는데 37만원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인터넷에서 최저가를 조사하여 7만원에 구입하였다. 그러니 옛날에는 보일러집을 해서도 먹고 살았는데, 마켓컬리 같은데서 음식을 구입해서 먹는 다음 세대에는 동네 소매상도 견디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집사람은 간혹 “인터넷이 나를 알고 있는가봐” 하고 이야기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알고 그에 대한 광고를 보내주니 마음이 들킨 기분이란다. 이렇게 느낀 사람이 집사람 말고도 많이 있을 것이다. 참 이상하다. 그러나 조금 생각해 보면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찾고, 무엇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어느 사이트를 방문하였는지 알면, 이러한 일은 누워 떡먹기처럼 쉬운일이다. 인간이 이런 일을 할 필요도 없다. 인공지능에게 맡기면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알아서 척척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신천지 신도들이 자신의 행적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초기에 코로나19를 잡는데 방역당국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거짓말을 해도 폰의 GPS기능을 이용하면 어디 방문했는지 다 알 수가 있다. 그기다가 공항에 들어올 때 적외선 카메라로 사람들의 열도 체크할 수 있고, 자가격리중에 환자의 생체신호도 측정하여 대비할 수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해 힘들어하고, 원격근무하는 부모는 근무에 아이들까지 돌봐야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친척 중에 한 분은 아들 결혼식을 1년전부터 준비하였는데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고, 신혼부부는 신혼여행으로 외국은 고사하고 국내에도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평소 같으면 벚꽃 나들이로 발디딜틈이 없는 관광지에도 손님이 거의 없어 여행사는 도산직전이라고 하고, 항공사도 비상이라고 한다. 모두들 아우성이다. 

코로나19만 지나가면 옛날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으련만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 세상으로 나뉠 수 있을 정도로 바뀔 것 같다. 의료계의 반발로 외국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는 원격의료가 국내에서는 발을 들여 놓을 수 없었는데, 코로나 비상시국이 되어 당국에서 일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문제점도 있지만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병 노인들은 “3분 의사 만나” 약 타러 하루를 날려야 했는데, 요사이는 전화로 처방전까지 받으니 참 좋다고 한다. 이들이 코로나19가 끝나면 불평없이 다시 옛날로 돌아갈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소에는 도입하려면 오래 걸렸겠지만, 많은 문제점을 않고 시작된 원격강의가 정착되어 가고 있다. 유명교수님의 명강의도 원격으로 들을 수 있는데 아무 말없이 옛날식으로 돌아갈까?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즉시 배달해주는 음식을 코로나가 종료되었다고 옛날로 돌아가서 오프라인 매점으로 갈까?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바뀐 환경에 적응하여 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회사에서는 살아남기 위하여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경기가 옛날처럼 회복될 것인가도 문제이지만, 살아난 회사가 옛날처럼 고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인공지능으로 처리할 수 있고 로봇으로 대치할 수 있는데 옛날처럼 사람을 고용할까? 4차기술혁명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직장이 턱없이 모자라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는데, 이제까지는 그 기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로봇으로 대치할 수 있어도 기존의 직원을 내보낼 수 없기 때문에 자동화할 수 없었는데, 코로나19로 해고과정은 급격하게 큰 저항없이(?) 이루어졌는데, 회복해 가는 세상은 4차기술혁명으로 도래될 것이라는 먼 이야기가 바로 눈 앞에 다가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직장이 없으면 세상은 뒤숭숭해지고 살기 어려워지면 히틀러같은 독재자가 정치하기 참 좋은 세상이다. 사람들은 배가 고프고 살기 어려우면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데, 원인이 복잡하면 우와좌왕하겠지만, “우리가 살기 힘든 원인은 유태인들 때문”이라고 지적해주면 세상은 그 쪽으로 미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로 미국인이 직장이 없어 살기 어려울 때 멕시코인들이 무더기로 국경을 넘어오기 때문이라고 먹이를 던지니 트름프같은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지 않는가. 유발 할라리의 말처럼 코로나19와 같은 세상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최악의 선택은 “분열하여 각자 도생”을 취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미국 우선주의로 미국이 리드쉽을 발휘하지 못하니 더 어려워지지 않았는가? 이해가 되지 않는 영국의 브렉시트도 어려운 사람이 난민들 때문이라는 먹이를 던지니 국민들이 그것을 물고, 유럽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 협력하고 서로 도와야할텐데 각자도생으로 어려워하지 않는가?

코로나19이후의 세상은 고용이 불안하여 많은 어려움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은 살기 어려워 힘들어할 때 “경제가 문제다” 하면서 구세주같이 등장하는 사람에 휩쓸려 헤어날 수 없는 독재의 구렁텅이 속으로 굴러 떨어질까바 두려운 것이다. 

한국처럼 발전한 나라에서는 한강의 기적같은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경제외적인 것이 경제시스템으로 편입되어야 성장할 수 있다. 옛날에는 부모나 형제가 공짜로 가르쳐주던 것을, 학원이라는 것에서 경제 시스템으로 들어오니 그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엄마가 집에서 키우던 아이를 유아원이라는 경제시스템으로 편입되니 성장하는 것이고, 외국에 우리의 시장을 새로 개척하여 물건을 팔 때 그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일방적으로 우리의 물건을 수입만 하는 나라는 거의 없는 상태이고, 또 새롭게 경제시스템으로 편입될 재화나 서비스도 별로 없는 상태이다. 즉 이제는 성장으로 풀기는 어렵다는 의미이고, 4차기술혁명으로 고용이 줄어든 문제에서 근본 원인이 있는데, 이를 한강의 기적처럼 성장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히틀러처럼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이다. 

4차기술혁명으로 도래하는 고용절벽의 시대에는 빈부격차와 사람들간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최근 택시업계와 타다의 문제처럼 사람들간의 이해관계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려면 갈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불만이 있는 사람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살기 힘들어지고 사회갈등은 증폭될 것이다. 옛날 이명박 정권에서 미네르바 사건같이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약점을 찾아 공격하거나, 박근혜 정권처럼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불이익을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GPS, 생체신호, 행위 등을 이용하여 특정 개인이 어떤 성향을 갖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그 사람의 약점을 잡아 하나씩 제거한다면 정말 지옥의 문이 열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문이 열려 있으니 두려운 것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은 살기 힘들어질 것이고, 세상이 힘들어지면 희생양이 필요한데, “경제가 문제다” 처럼 그런 희생양을 만들기도 참 좋은 환경이다. 그런 먹이를 던지면 물 사람들도 많다. 

간혹 은행에 가면 나같은 노인들 뿐이다. 젊은이는 대부분 인터넷뱅킹으로 처리하니 당연하다. 외신 기사를 보니 코로나 때문에 물건 사재기 하는데 노인들은 물건을 살 수 없어서 문을 열자마자 1시간은 노인들만 구입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나같은 노인들은 그동안 살아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바뀌기 어렵다. 옛날처럼 조상 대대로 한 집에서 살아오고, 조부모, 부모, 자식, 손자 대대로 농사를 짓던 시대에는 노인들의 경험이 자식들에게는 큰 지혜가 되었지만, 지금처럼 뿌리 자체가 흔들리는 시대에는 변하지 않는 노인들이 큰 걱정거리가 된다. 옛날처럼 노인들이 많지 않을 때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처럼 노인들이 많아 정치의 장래를 결정할 수 있는 시대에는 정말 걱정이다. 히틀러같은 인간이 “유태인 때문이다” 라고 했듯이,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독재자가 “경제가 문제다” 하는 식의 먹이를 들고 나와 지옥의 문을 여는 경우 말이다. 경제의 어려움은 경제성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빈부격차의 갈등, 구성원 간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반대자를 첨단기술로 감시하고 억압하고 새로운 신세계(지옥)의 문이 열릴 수 있는 토양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독재자의 등장이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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