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기억하는 모든 것은 두뇌의 동작이다. 뇌전증으로 운동중추가 손상되면 움직일 수가 없고, 감각중추가 망가지면 감각이 없어지고, 언어중추가 망가지면 말을 못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 해마가 퇴화되면 기억이 어려워지고, 치매에 걸리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화가 안 된다. 두뇌가 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두뇌 프로그램은 진화를 통해 만들어졌고, 우리는 그런 과정에서 살아 남은 자의 후손이다. 그래서 우리 두뇌의 목표는 생존과 번식에 있다. 그런데 70을 넘긴 이 나이에도 생존과 번식이 그렇게 중요한가?
생존, 언제까지 살면 생존의 목표가 달성되는가? 나는 생존 목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 이제 덤처럼 살 나이인데, 생존이 무슨 목표가 될 수 있는가?
번식, 손자손녀는 기본적으로 자기 엄마 아빠 밑에서 자라야 한다. 그래야 행복하게 자랄 수 있고, 그렇게 형성된 신경망으로 평생를 습관처럼 행복하게 살 수가 있다. 그래서 자식이 도움을 요청하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돕고 아니면 못 돕는 것이다. 번식은 나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내 두뇌는 순간순간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동작하고 있다. 원시밀림과 완전히 다른 현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동작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으니 그냥 사는 것이다. 살아 있으니 괴롭게 사는 것보다 괴롭지 않게 사는 것이 현명할 뿐이다.
우리는 온통 행복하게 살려고 한다. 그런데 행복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두뇌가 만든 도구다. 생존과 번식이 목표가 아닌데 그 도구가 목표가 될 수 없다. 행복을 추구할 필요도 없다. 그냥 고통스럽지 않게, 평온하게 살면 된다.
평온하게 살려면 어디에도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오동작하고 있는 두뇌 프로그램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갇히지 말라. 남과 비교하지 마라. 자랑하고 으시대지 마라. 남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마라. 욕심내지 마라.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도 현혹되지 마라. 말을 줄여라. 이 모든 것은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하는 원시 프로그램의 동작이다.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동작하는 두뇌의 원시 프로그램 대로 살지 마라. 그기에 갇히지 마라. 현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냥 그런 원시 프로그램의 동작을 알아차리고, 초연하고, 평온하게 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