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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집착하지 마라. 모두 때가 있다.

JungTae Lee 0

어릴 때 밥만 먹으면 만나 놀던 친구들이 있다. 채용, 원호, 인채, 기호, 성수, 원진 형 등이 그들인데, 맨날 만나 술래잡기, 구슬치기, 때기 따먹기, 연날리기, 설매타기 등을 했다. 채용이는 요사이도 고향에 가면 간혹 만날 수 있지만 원호는 이미 고인이 되었다. 인채와 기호, 성수, 원진 형은 못 본지가 수십 년은 된 것같다. 고향집을 팔고 제각기 도시로 나갔으니 지금은 어디어 어떻게 사는지 알 수도 없다.

원진 형은 나보다 5살 정도 위였기 때문에 언제나 대장이었다. 우리는 원진 형을 따라 하기도 하고, 시키는 대로 따랐다. 때로는 억울한 일이 생겨 꿈에 나타나기도 했다. 그 나이에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알았고, 4km 떨어진 시장 마을은 먼나라로 알았다. 그런데 뿔뿔이 흩어져 서로 다른 길을 가다보니 원진 형을 못 본지도 어언 60여년이 되는 것 같다.

방학이 되면 고종사촌들이 외갓집에 놀러 오곤 했다. 나도 간혹 고모집에 가서 이불 속에 옹기종기 누워 옛날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렇게 지낸 고종들이 고모님이 돌아가시자 연락이 뜸해졌고, 고종사촌이 죽자 그 자식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겠다. 한 두 세대만 더 내려가면 남과 같이 되는가 보다. 

ETRI(전자통신연구소)에 1기로 입사할 때 동기들은 1년간 교육을 받았다. 교육 성적이 나쁘면 내보내겠다고 해서 참 열심히 공부했다. 고생을 함께한 동료들이다 보니 자연히 뭉치게 되었고 연구소 생활에서 고락을 함께 했다. 학교로 직장을 옮긴 후에도 연락을 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2~3명만 연락이 된다. 지나간 일들이 마치 꿈속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대학에 들어가니 옛날 은사들이 정년퇴임 6개월을 남겨두고 신임교수 공채에서 자신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난리를 치는 것을 보았다. 이제 정년퇴임을 하고 보니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고, 알 필요도 없다. 그 당시는 아주 중요한 일인냥 걱정하고 고민했던 일들이 마치 꿈 속의 일인 것처럼느껴진다.

사람뿐만 아니라 물건도 마찬가지다. 외국에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자라는 아이들과 여행을 많이 하면서 비디오를 촬영했다. 자라는 아이들을 기록하기 위해 그 당시에 거금을 주고 SONY 캠코드를 구입하여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면서 비디오를 찍었다. 당연히 그 캠코드를 애지중지 하였고 그렇게 촬영한 카셋트테이프는 보물처럼 보관하였다. 지금은 그 카셋테이프를 보려고 해도 기계가 없고, 바쁜 자식들은 그것을 보고 있을 시간도 없다.

제행무상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애지중지 하던 물건도 쓰레기처럼 보이는 시기가 있고, 가까웠던 사람도 남처럼 느껴지는 시기도 있다. 심각하게 생각하며 고민하던 일도 꿈 속의 일처럼 느껴진다. 어느 것 하나도 집착하여 영원히 변하지 않을 물건도 없고, 인간관계도 없다. 무엇이라도 집착하면 고통이 온다. 고통스러우면 내가 집착하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모든 것은 때가 있고, 변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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