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창원터널을 지나갔다. 한 때는 국내 최장의 대단한 터널로 인정 받았은데, 세월이 지나니 참 초라하게 보였다. 1994년 건설된 창원터널은 1시간 걸리던 부산과 창원간 거리를 10분내로 단축시키며 화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입구부터 초라하고 낡아빠진 터널이 되었다.
세상 모든 것은 이와같다. 오래되면 낡고 추해보인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새로 지은 아들의 아파트는 구조부터 다르다. 부억도 현대식이고, 천장에는 시스템 에어컨이 달려 있다. 그래서 우리집도 오래된 에어컨과 냉장고를 교체해 보지만 바퀴벌레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들내외는 우리집이 어둡다고 한다. 몇년 전에 모두 LED 전등으로 바꾸었는데 어두운가 보다. 아니면 수십년을 살아온 집이니 지저분하고, 자기들 집에 비하면 낡아서 어둡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올 해는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책과 옷가지, 부억 살림살이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일본에는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있는데,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면 직장 생활로 바쁜 자식이 부모님 짊을 정리할 시간이 없어, 이런 집의 유품을 정리하는 직업이다. 자식들 집에도 냉장고, 에어컨 등 가구들이 모두 있는데 돌아가신 부모님이 쓰시던 물건을 가져갈 일도 별로 없을 것이고,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청소는 해야 하니 바쁜 자식들 대신에 청소해 주는 직업이 성업중인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늙고 병들면 추해진다. 다리도 아프고 팔도 저린다. 눈도 침침하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자꾸 TV의 볼륨을 높인다. 그러니 주위의 젊은이들에게는 시끄로운 것이다. 특히 두뇌 동작도 둔화되니, 고집이 세지고, 판단력도 흐려지니, 이 사실을 인지하고 한 발 물러서는 연습도 해야겠다.
꽃도 필 때는 아름답지만 떨어진 꽃잎은 추해 보인다. 곱게 물든 단풍처럼 늙어라고 하지만 도로에 떨어져 청소부아저씨를 힘들게 하는 단풍잎을 보면 아름답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늙어 추해지면 한 발 물러서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세상 모든 일은 두뇌가 지어낸 이야기인데, 집착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자연의 법칙에 따라 노화되었다가 사라지는 것을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 들이는 연습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