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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아야 하나?

JungTae Lee 0

우리는 뱀을 무서워한다. 실제로는 사람이 뱀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뱀 중에서 독을 가진 뱀은 20%도 안 되고, 이런 뱀에 물렸더라도 피가 돌지 않도록 묶은 후에 해독하면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아무리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익혀 알고 있더라도, 뱀을 만나면 역시 머리카락이 치솟고, 소름이 끼친다. 왜 그럴까? 원시 밀림에서 우리 조상들은 뱀에 물리면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뱀을 보면 무서워하고, 그 경험이 우리에게 유전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밀림에서 생활한 조상의 후손이다. 호모사피엔스의 수백 만년 역사에서 대부분은 밀림에서 산 경험이고, 그 긴 역사에서 볼 때 현대사회를 산 경험은 100년도 채 안 된다. 그래서 우리 두뇌에는 밀림의 프로그램이 고스란히 전해 내려오고 있다.

원시 밀림과 지금의 현대사회는 완전히 다르다. 아파트에 뱀이나 호랑이가 나타날 리도 없고, 먹을 것도 풍부하다. 작은 단위로 모여 살던 사회에서 세계가 한 공동체처럼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 두뇌는 원시 밀림에서 동작하던 방식과 다르게 동작해야 함에도, 원시 밀림에서 동작하던 프로그램대로 동작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동작하고 있다.

요사이는 비만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당연히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면 비만이 생길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식하고 단 것을 좋아한다. 원시 밀림에서는 언제나 먹을 것이 부족했다. 먹을 것이 있을 때 많이 먹어 두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그런 프로그램이 우리 두뇌에 새겨져 있어, 먹을 것이 풍부한 지금에도 그와 같은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내 의지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그런데 두뇌 프로그램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동작한다. 적게 먹어야 하고 단것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을 백번 알고 있어도 마음대로 안 된다. 배가 불러도, 프로그램된 대로, 무의식적으로 계속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남을 의식한다. 남의 눈치를 보고, 남과 비교한다. 원시 밀림에서는 언제나 상대보다 내가 우월해야 생존의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우리 두뇌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박혀 있고, 의식하지 못하면 남과 비교하게 된다.

우리는 필요해서 물건을 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원시 프로그램에는 저축이라는 개념이 없다. 있는 대로 먹고, 보이는 대로 쓴다. 그래서 청소하다 보면, 백화점에서 필요해서 산 물건들이 구석구석에서 사용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집만 사면, 이번에 승진만 하면,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꿈이 이루어지면 다음 단계를 욕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욕심에는 끝이 없다. 원시 밀림에서는 언제나 자원이 모자랐기 때문에 많이 가지거나 지위가 높은 자가 살아남았다. 우리 두뇌는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생존과 번식을 추구한 조상의 후손이다. 그래서 순간순간 알아차리지 못하면 끝없는 욕심을 부리게 되어 있다.

노인들이 만나면 자식 자랑을 하므로, 손자 손녀 자랑을 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랑하고, 자신을 과시한다. 내가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심어 주어야 나를 해치지 않고,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두뇌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새겨져 있고, 무의식적으로 그 프로그램된 대로 산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게으르다. 자원이 모자라는 원시 밀림에서는 에너지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에너지를 아껴 두었다가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자원이 풍부한 현대사회에서는 먹고 움직이지 않으면 비만으로 병에 걸리고 고통스럽게 살아야 한다.

우리 두뇌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동작한다. 의식적으로 동작하려면 처리 시간이 더 길어지고, 에너지가 많이 든다. 에너지 효율적으로 동작하려면, 프로그램된 대로, 무의식적으로, 습관대로 동작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원시프로그램은 나도 모르게 작동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원시 프로그램된 대로 살아도 된다. 먹고 싶은 대로 먹고, 게으르고, 남과 비교하며, 으스대고, 끝없이 욕심을 부려도 된다. 그러면 병에 걸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주의로부터 배척당하고, 괴롭게 살면 된다. 그런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나? 자원이 풍부한 현대사회에서도 왜 원시인의 습관대로 살아야 하나?

환경이 바뀌면 대응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자원이 풍부한 현대사회에서는 두뇌에 프로그램된 대로 먹지 않아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 현대사회에서는 원시사회처럼 남과 비교하며 으스대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끊임없이 욕심을 내지 않아도 생존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우리는 두뇌가 만들어진 환경과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 다른 환경에 지혜롭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두뇌가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다고 과신하지 말고 무의식적으로 동작하는 원시 프로그램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동작하는 순간 알아차리고, 이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신경망은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훈련하면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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