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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부 개척시대

JungTae Lee 0

지난 목요일에는 3차 백신을 맞았다. 아는 지인은 화이자를 맞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전전긍긍이다. 자식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위험하니 맞지 말라”고 한단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으면, 어느 병원에, 어떤 백신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가 있고, 신청 후 병원에 가서 백신을 맞고 조금 지나니, 쿠브 앱에서 접종 증명서가 날아온다. 세상이 내 손안에 있는 것처럼 돌아간다. 옛날 같으면 꿈속 같은 이야기가 디지털세계에서는 현실이 되었다.

스마트폰 앱이 현실사회의 다양한 기능을 디지털세계로 옮겨가듯이, 가상현실(VR)이 현실사회의 많은 기능을 가상세계로 옮겨갈 것이다. 옮겨 가는 것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람들이 가상세계를 얼마나 사용할 것인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1977년에 결혼 주례를 부탁하러 은사님을 찾아뵈었다. 은사님께서 “요사이 무슨 일을 하는가?” 하고 물어보시기에 ” 인터넷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하고 말씀드리니 “세상에 그런 것이 어디 있어?”라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에는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했으니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내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가?” 하고 많이 위축되었다. 지금 와서 구글, 아마존, 네이버, 카톡 등을 생각해 보면, “기술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이 나 같은 노인들에게는 별로 설득력이 없지만 젊은 층은 다르다. 이미 현실 세계의 많은 기능이 디지털세계로 옮겨갔고, 그 편리성을 무시할 수 없음으로 디지털셰계는 점차 강화되고 있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은 낙오자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노인 복지서비스는 아주 다양한데 “정부24″나 “복지로” 등의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노인은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디지털세계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현실감이 떨어진다. 실물 대신에 사진과 설명을 보고 물건을 사야 한다. 그러나 가상세계는 현실감을 제공한다. 옷을 입어보고 살 수 있고, 신을 신어 보고 살 수가 있다. 음식을 먹어보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이것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어제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를 여행하고 왔고, 다음에는 스페인 산티아고를 여행할 계획이다. 실제 가지 않고 킬리만자로 등산로를 걸을 수 있었고, 구글 어스 VR 앱으로 은서집 앞에 서니 은서가 “할아버지” 하며 뛰어나올 것 같다.

기술적으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오감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인간의 오감에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 사진처럼 양 눈에 동일한 정보를 입력하면 2차원 사진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뇌가 양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원리에 따라, 양 눈에 다른 정보를 제공하면 가상으로 만든 것을 우리 두뇌는 현실로 착각한다.  아직은 HMD 사용이 불편하고 앱도 제한적이지만, HMD는 안경처럼 만들면 되고, 앱도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고, 돈이 되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가상세계에서 학교에 다니고, 조선시대의 가상무대에서 실제 생활하면서 “갑자사화”의 참혹한 역사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어학은 어떤가? 중국에서 가상으로 생활하면서 중국어를 배우면 된다. 가상세계로 출근하고, 미국에 있는 딸과 가족파티를  Social Party 기술로 열 수도 있을 것이다. 가상세계의 병원에 가면 안 될까? 혈압약을 타러 병원에 가지 않고 가상 병원에 가서 혈압과 맥박을 측정하고 의사를 면담하여 온라인으로 약을 사 배달받으면 안 될까? 가상 연주회에서 실제처럼 공연을 관람하면 안 될까? 가상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현실이 될 수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디지털세계가 기술적으로 발전해도 노인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사용하고, 세상이 그쪽으로 바뀌니 노인이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요사이 젊은 세대에게는 가상세계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페토와 로블럭스에 열광하는 MZ 세대를 볼 때, 메타버스는 새로운 서부가 될지 모르겠다. 현실과 가상세계가 혼합되어 상호교류하고, 가상세계에서 경제활동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세계가 보편화하면 디지털세계에서 노인들이 낙오자가 되듯이 가상세계에서는 요사이 젊은이들이 낙오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지 MZ 세대가 가상세계의 현실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렸지 않을까?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기회가 도래하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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