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20~20,000Hz의 주파수 범위에서 들을 수 있다. 나도 젊었을 때는 이 정도 신호를 들을 수 있었는데, 60살이 넘어 측정해 보니 18,000Hz 이상은 들리지 않았다. 학생들이 18,000Hz 이상의 주파수로 정보를 주고받아도 나는 인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내가 인지할 수 있는 것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는 생각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언제나 내가 인지할 수 없는 세상이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연초에 친구 부부와 제주도에 놀러 갔다. 친구는 요사이 청력에 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소곤거리는 이야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에 시끄러운 소리에 일어나 보니 친구가 TV를 크게 켜두고 시청하고 있었다. 친구는 볼륨을 자기에게 맞추어 시청하고 있지만 청력이 정상인 사람이 듣기에는 너무 큰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내가 아는 세상이 세상의 실상인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자기 세상에 갇혀 있으면 남에게 피해를 주고 고통이 따르게 된다.
얼마 전에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어릴 때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면 냄새가 많이 났다는 이야기했다. 나이가 들면 나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나에게서 무슨 냄새가 날지도 모른다. 옛날 내가 담배를 피울 때는 몰랐는데, 지금 담배 피우는 사람 곁을 지나가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자기 세계에 갇혀 이 냄새를 인지하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는 생각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나는 모르지만, 냄새를 풍기고 다닐지 모르니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몸도 퇴화하지만, 두뇌도 퇴화한다. 옛날에는 한 번 들으면 기억했던 내용을 깜박깜박 잊는 것은 기본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렵고, 콘텐츠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고집이 세진다. 신호처리 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에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제어기능도 약해지기 때문에 생존과 번식에 매여 이기적으로 된다. 나이가 들면 내가 이런 세상에 갇혀 있을지 모르니 항상 알아차려야 한다.
내 귀에 들리는 것이 모두가 아니기 때문에 안 들리는 주파수 대역이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청력이 낮아 볼륨을 높였을지도 모르니 알아차려야 하고, 냄새를 풍기고 다닐지 모르니 항상 청결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 아닌지 항상 챙겨보아야 한다.
내가 인지하는 세상이 실상이 아니다. 내가 아는 세상은 내 두뇌로 해석한 세상이다. 내 세상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그러면 실상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문제가 있으면 상대를 보지 말고 내 두뇌의 신경망을 보라. 나의 세계에 갇혀 있으면 실상을 알기 어렵다. 갇혀 있다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프로그램된 대로, 습관대로 동작한다는 의미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내 두뇌에 어떤 신경망이 있기에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 두뇌 신경망의 동작을 알아차려야 한다.
아울러 상대를 보지 말고 상대의 두뇌를 보라. 상대 노인의 실수를 따지기보다는, 신경망의 노화로 그런 일이 생겼음을 알게 되면 측은지심이 생길 것이다. 사람을 보지 말고 그 사람의 두뇌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