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결혼하고, “죽을 때까지 당신만을 사랑하겠다”라고 맹세하고 결혼하지만, 결혼하고 몇 년만 지나면 싸우기도 하고 성격이 달라 못 살겠다고 아우성친다. 자식이 태어나면 갑자기 할 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지치게 되고, 몸은 피곤한데 많이 도와주지 않은 상대가 원망스럽다. 자식이 자라면서는 자식 문제로 이견을 보이다가 성인이 되면 자식에게 집착하게 된다. 그러다가 자식이 자라 결혼하고 분가해 나가면 다시 부부만 남게 되고, 시간적 여유도 많아진다. 하나하나 손이 가던 자식은 회사 일과 육아로 정신없이 바쁘다. 그런데 시간이 많은 부모는 자주 볼 수 없는 자식이 서운하기도 하고, 둘만 남게 된 부부는 서로 의지하며 살게 된다. 그래서 노년의 행복은 부부관계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에 형제들 모임에서 일이다. 우리 형제들의 배우자들은 우리 형제가 너무 깔끔하여 피곤하다고 성토하고, 우리 형제들은 상대가 너무 게으러다고 불평했다. 우리 형제들은 “귀가하여 양말을 벗으면 당연히 세탁기에 넣어야지 어떻게 벗은 그 자리에 둘 수 있나?” 하고 주장하였다. 한편 배우자들은 그 자리에 두었다가 “나중에 치우면 되지 않는가?” 하고 주장했다. 배우자들은 우리 형제들이 너무 깔끔하여 피곤하다고 주장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30년 이상을 다른 환경에서 자란 부부가 한집에 살면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비정상이다. 자란 환경이 다르면 두뇌를 형성한 빅데이타가 다르고 신경망이 다르다. 신경망이 다르면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생각한다. 동일한 음식을 두고 부인은 간이 맞다고 해도 남편은 싱겁다고 할 수 있다. 한 방에 있으면서 한 사람은 춥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덥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옷을 두고 너무 화려하다고 할 수 있고, 지저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양말 벗어둔 것을 두고 게으러다고 할 수 있고, 피곤하다고 할 수도 있다.
인간은 두뇌 신경망으로 느끼고, 반응하고, 생각하고, 판단한다. 다른 환경에서 자랐으면 신경망이 다르고, 신경망이 다르면 당연히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것을 두고 틀렸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 더워서 에어컨을 켜려고 하는데 상대가 춥다고 하면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다. 그러면 타협하여 내가 참거나 방을 나가면 된다. 이런 것은 그래도 쉽게 타협이 가능하다. 그러나 양말을 벗어 제자리에 두면 한 사람은 게으러다고 판단하여 상대를 고치려 한다. 그런데 상대는 나중에 치우면 되는데 꼭 지금 치워야 하는 성격이 피곤하다고 생각하는데 고쳐지겠는가? 내 습관을 고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상대의 두뇌를 고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부부관계가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출세하고 부자가 되어도 부부관계가 좋지 않으면 행복하게 살기 어렵다. 이런 환경을 빅데이타로 자란 자식들이 긍정적이며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부부관계의 핵심은 상대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나와 달라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틀린 것이 아니고 다름”을 알아차려야 한다. “내가 또 다름을 틀렸다고 생각하는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한다. 다른 것을 두고 “내가 이렇게 불편하니 좀 고쳐주면 고맙겠다” 하고 부탁해 보고, 들어주면 다행이고, 안 들어주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내 두뇌에 프로그램된 대로 살 듯이 상대도 상대 두뇌에 프로그램된 대로, 습관대로 살고 있다. 내가 프로그램된 대로 사는 것에서 신경망을 고치는 것이 어렵듯이, 상대도 프로그램된 대로 사는 것에서 벗어나 신경망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다름을 인정하고 타협하면서 사는 것이다. 이것을 틀렸다고 생각하고 상대를 고치려 하면 불만이 생기고 불행해지는 것이다. 불행의 원인은 고치지 않는 상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상대를 고치려는 자신에게 있다. “다름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알아차려라. 알아차리기만 하면 화가 수그러들고 마음이 평온해질 것이다. 행복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