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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가 퇴화되면 생각도 퇴화한다

JungTae Lee 0

길을 가다 보면 중풍으로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절뚝거리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이것은 두뇌 신경망이 망가져서 다리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다리를 절뚝거리기 때문에 자신이 절뚝거린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지인의 경우 치매가 와서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고, 귀신이 다녀갔다고 하며, 자신을 모시고 있는 며느리가 자신의 돈을 훔쳐 갔다고 의심한다. 서랍 속에 돈을 넣어 두었는데 누가 훔쳐 가서 돈이 없어졌다고 한다. 모시고 있는 며느리는 모시는 것도 어려운데 도둑으로 의심까지 받으니 죽을 맛이다. 이 경우 치매 환자는 자신의 이런 상태를 알기 어렵다.

두뇌는 우리의 행동뿐만 아니라 언어, 생각, 감정 등을 제어한다. 늙어 두뇌 신경망이 퇴화하면 행동뿐만 아니라 언어, 생각, 감정 등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나이가 들면 감각이 둔해진다. 감각을 처리하는 신경세포가 죽고 성능이 저하되어 그렇다. 눈이 침침해지고 소리가 잘 안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TV 볼륨을 높여 듣는데, 젊은 사람은 시끄러워 곁에 있기도 어려운데, 정녕 노인 자신은 이 사실을 모른다.

신경망의 반응속도 저하로 행동이 둔해진다.  운전할 때 젊은 사람보다 0.1초 정도 반응이 늦다고 한다. 시속 100km로 달린다면 2.8m에 해당하는 거리다. 그래서 노인들의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운전하는 노인 옆좌석에 앉아 있으면 위기 대처능력이 늦음을 쉽게 알 수 있는데 본인은 이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미러세포의 둔화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잘 안 된다. 그래서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당연한 것처럼 행동한다. 수영장에 가 보면 속도가 늦어 초보자 레인에 가면 좋으련만 고급반 레인에서 남을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간다.

대상회의 기능 저하로 고집이 세진다. 대부분의 경우 자기 생각에 갇혀 있으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뭘 알아” 하고 젊은이를 고치려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두뇌가 망가져 다리를 절뚝거리면 본인이 쉽게 인식할 수 있지만, 두뇌가 퇴화하여 행동, 언어, 감정이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나도 대부분의 경우 본인이 알아차리기 어렵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기 어렵다.

나이가 들면 두뇌에 다양한 변화가 생기고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가장 심각한 것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려워서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두뇌도 나이를 먹으면 퇴화하여 잘 까먹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려워 변화를 싫어한다. 스마트폰을 모르는 것은 글을 읽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세상이지만, 배우라고 하면 변한 세상을 한탄한다. 세상이 변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변하는 세상을 어떻게 막겠는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월등한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것을 이용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옛날에는 시골에 대가족이 농사지으면서 살았지만, 요사이는 도시의 아파트에서 핵가족으로 살거나 혼자서 산다. 대부분의 젊은 부부는 같이 직장 생활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보며, 은행 일 등 대부분의 생활을 인터넷으로 처리한다. 회의나 강의를 줌으로 하며, 식사로 밀키트를 구독하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시어머니가 옛날식의 제사를 고집하고, 밀키트를 구입해 먹으면 아들 건강에 해롭다고 잔소리하며, 김치 담는 법을 전수하고, 육아에 간섭하려고 한다면 집안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지인의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매사에 개입하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유산은 바라지도 말라고 한다. 재산을 무기로 며느리에게 옛날식을 강요하니 집안이 시끄럽고 이혼 직전이라고 한다. 요사이 젊은 며느리에게 돈 몇억 원 주면서 간섭하려 하면, 간섭 안 받고 돈 안 받겠다고 한다.

두뇌가 망가지면 다리만 절뚝거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도 퇴화한다. 옛날 것을 고집하고, 자신만 알고, 변화를 싫어하면서 세상이 망해간다고 한탄한다. 밀키트를 구입하여 바코드만 읽으면 요리법은 다 해결되는 세상에 며느리에게 요리법을 전수하겠다고 고집하면 집안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손자 키우며 직장생활하기도 버거운데 옛날식의 제사를 고집한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두뇌가 퇴화하여 행동, 생각 등이 변해도 우리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더구나 알아차리기는커녕 자기가 옳다고 상대를 고치려 한다. 치매 환자가 돈을 잃어버렸다는 믿음이 너무 확고하듯이, 변화를 싫어하고 자신의 세상에 갇혀  있으면서, 자신의 믿음이 너무 확고하여 오히려 상대를 고치려고 한다. 

도둑맞았다는 믿음이 확고한 치매 환자를 모시는 가정이 조용하기 어렵듯이, 생각이 퇴화된 노인들이 휘젓는 집안도 평온하기 어렵다. 그래서 노부부만 사는 집안을 가만히 살펴보면 잔소리로 티격태격하는가 보다. 더구나 이런 노인들이 너무 많아 세상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니 참 걱정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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