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망은 프로그램되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프로그램되어 있는 것도 있고, 자라면서 환경에 의해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도 있다. 생명 활동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간과 변연계 중 일부는 태어날 때부터 프로그램되어 태어나지만, 대뇌피질은 자라면서 만들어진다. 이렇게 한번 프로그램되면 평생 동작하고, 대부분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망으로 평생을 산다. 내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면서, 때로는 행복해하고 때로는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그러면서 세상이 잘못되어 분노가 치미는 것은 당연하고, 상대나 세상을 고치려고 한다.
때로는 세상이 고쳐지는 경우도 있지만, 평생을 고치려 해도 고쳐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부부간의 문제에서 습관적인 경우는 고치기 어렵다. 아무리 상대의 잘못을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오감을 통해 입력된 정보를 내 두뇌로 해석한 것이다. 신경망이 다르면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나는 음식이 싱겁다고 생각하지만, 마누라는 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두뇌는 가소성이 있다. 신경망은 바뀔 수 있다. 똑같은 음식을 두고 옛날에는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맛없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부부간에 상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고치려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평생을 지적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도 우리는 상대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고 고치려 한다. 그런데 상대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것도 내 신경망이 그렇게 동작하는 것이고, 특히 무의식적으로, 프로그램된 대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왜 우리는 프로그램된 대로 느끼고, 프로그램된 대로만 생각해야 하나? 평생을 시도해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인 경우에는 느끼고 생각하는 프로그램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가? 해결되지 않는 문제의 경우에는 느낌을 바꾸고 생각을 180도 바꾸어 접근해 볼 수도 있지 않은가?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제일 먼저 알아차려야 한다.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에,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기 직전에,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야 그 프로그램 속에 갇히지 않고, 다른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 왜 우리는 프로그램된 대로만 느끼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