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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설치면 나라가 망한다.

JungTae Lee 0

30여 년 전 일본에 교환교수로 있을 때의 이야기다. 동료와 점심을 같이 하면서 후지산에 한번 가 보고 싶다고 지나가는 이야기로 했는데, 그 소리를 들은 동료가 후지산에 대한 자료를 한 상자 모아와서 후지산에 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우리 아이들은 그때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일본에는 이렇게 친절한 사람도 많은데 한편으로는 좋지 않은 경험도 있다. 전철을 타기 위해 표를 사는데 나이 지긋한 판매원이 “일본어도 잘 못 하는 사람이 어디를 돌아다니느냐”고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아마 한국을 지배했던 경험이 있는 노인 세대는 한국을 얕잡아 보는 버릇이 그대로 남아 그런 것 같았다. 지금도 일본 우익들의 행태를 보면 일본 정치가 퇴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미국 대선은 이미 옛날에 끝났는데, 아직도 트럼프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저러다가 백악관에서 제 발로 나가는 것이 아니고 쫓겨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세상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를 걱정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사기라고 하고, 코로나 같은 비상시국에 국민들의 고통쯤이야 관심도 없는 것 같다. 하여간 부자들은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병에 걸려도 가난한 사람들이 문제이지. 이런 트럼프를 두고 백인 노인들의 지지는 단단하니 아직도 선거 유세하듯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처럼 일본 우익이나 미국의 트럼프, 브라질 등 노인들이 지지하는 지도자가 하나같이 문제다. 선동에 휘둘리고, 극우화되어 역사를 퇴행시키고 있다. 

노인들은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시대에 적응하기 어렵다. 뉴스도 스마트폰으로 접하고, 생활 정보, 물건 구매, 심지어 신용카드 및 화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에 가면 온통 노인들뿐이다. 젊은이들은 은행에 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다 보니 노인들의 불만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고 세상이 온통 온라인화되어 가니 우리도 도태되어 원시사회 같이 살지 않으려면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데 노인이 너무 많아 노인들이 세상일을 결정하는 데 문제가 있다. 여론조사를 해 보아도 젊은이들이 지지하는 지도자와 노인들이 지지하는 지도자가 다르다. 그런데 노인들이 많다 보니 노인들이 지지하는 지도자가 뽑히고 정치인들은 노인 표를 얻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무엇을 아는가?” 하고 생각하겠지만, 세상은 이미 노인들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옛날에는 가부장 제도로 여필종부가 바람직한 가치관이었지만 이제는 여자를 막 대하다가는 잘못하면 성범죄로 감옥에 가야 할 입장이다. 서울시장, 부산시장의 경우를 보라. 가부장 제도도 이제 1인 가구가 40%를 넘어가고 있다. 4차산업혁명으로 세상만 급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가치관도 크게 바뀌고 있다. 그런데도 노인들이 지지하는 지도자가 이끌면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행하기 마련이다.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을 보면 그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노인들이 많으면 정치인들은 자연히 노인 위주의 정책을 펴게 된다. 노인들은 평생 살아오면서 집이라도 가진 기득권층으로 집값이 올라가면 좋겠지만 젊은이는 진입장벽이 그만큼 높아진다. 그래서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되는 것이다.  

노인들은 살날이 많지 않다. 노인들은 권리를 휘둘렀지만, 책임은 질 수가 없다. 노인들이 결정한 일의 책임은 젊은이들이 질 수밖에 없다. 내가 대학교수로 처음 부임하였을 때의 이야기다. 대학의 은사들이 정년으로 퇴임할 나이이었는데, 정년퇴임 6개월 남겨두고 신임 교수 채용에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야단법석을 피웠다. 정년퇴임을 하면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정년으로 퇴임할 때 절대 저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하고 그때 결심하였다. 정년퇴임을 하면 학교의 일에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단지 자존심 때문에, 책임질 수 없는 권리를 행사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이제 세상일에도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줄어드는 것 같다. 특히 나의 투표권 행사는 젊은이들이 책임을 져야 하니 무책임한 짓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나부터 투표권을 포기하려고 한다. 노인이 많지 않으면 모르데, 지금과 같이 노인 천지의 세상에서 노인이 권리를 휘두르면 세상은 퇴행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결정된 세상에는 나는 죽어 없고 젊은이들이 살아야 할 것이기에 양심상 투표를 못 하겠다. 책임을 질 수 없기에 권리도 포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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