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한다. 미래는 95%가 일어나지 않을 일을 두고 걱정한다고 하는데, 과거도 마찬가지로 선택지가 없는 것을 두고 후회하는 것이다.
후회는 다른 선택지가 있는데 선택을 잘못했다는 이야기다. 발표장에서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잘못했다고 후회하고, 친구 부탁을 들어줄 것을 들어주지 않아 후회스럽다. 지난번 그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인데 망설이다가 놓친 것이 후회스럽고, 그 여자와 결혼한 것이 혹은 결혼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어느 언론인이 수많은 사람과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소감이, 행복한 사람들은 과거에 대한 후회가 없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후회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불행하다는 이야기다. 하여간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으니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데도 우리는 과거를 후회하고 괴로워한다.
인간 두뇌에는 순간순간 무수한 신경회로가 동작 중인데, 이 중에서 인식하는 것은 거의 없다. 두뇌는 어떤 순간에 11,000,000만 비트를 처리하는데 단지 40비트 정도만 인식할 수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청각 회로는 저 멀리서 들리는 기차 소리를 처리하고, 운동신경은 눈을 깜박이며, 엄지발가락을 꼬무락거리기도 한다. 허파가 숨을 들이쉬고 내쉴 수 있도록 관련 신경이 동작 중이고, 아침으로 먹은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위장과 내장을 제어하는 신경망이 동작 중이다. 이렇게 무수한 신경회로가 동작 중이지만 나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 글을 생각하고 키보드를 조작하는데 의식이 집중되어 있다. 즉 대부분의 신경회로가 무의식적으로 동작한다는 의미이고,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는 의미다.
두뇌 신경망은 대부분이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는 것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의미다. 똑같은 환경이 주어지면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데 마치 우리는 선택지가 있는 것 같이 착각한다. 그리고 선택을 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한다. 실제로는 그 순간에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여 선택지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선택을 잘못한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선택을 바꾸려면 먼저 신경망을 바꾸어야 한다. 동일한 환경이 주어지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신경망을 바꾸어야 한다. 반들반들한 등산로를 두고 새로운 길로 가려면 희미하게나마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갈림길을 만나면 새로운 길로 가도록 알아차려야 한다. 선택을 바꾸려면 이와같이 연습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선택의 순간에 알아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할 뿐이다. 후회란 전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선택지가 없는데 마치 선택을 잘못한 것처럼 착각하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그래도 후회를 하면 그것은 그 사람의 습관이다. 후회하는 신경망이 반들반들하게 나 있다는 의미다. 이 신경망을 없애야 한다. 후회하는 순간에 알아차려 다른 신경망이 수행되도록 하고, 후회하는 신경망이 약해지도록 해야 한다. 후회는 백해무익한 일이고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신경망인데, 계속 습관대로 후회하거나 아니면 노력을 통해 이 신경망을 약화시켜야 한다. 후회는 습관이다. 바꾸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