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Enter" to skip to content

좋고 싫음에도 갇히지 마라.

JungTae Lee 0

아들이 요즘 뜨는 30호 가수에 관한 이야기를 보내왔다. 그래서 유튜브에 30호 가수에 대해 검색해서 노래를 들어보았다. 정서적으로 와 닿지는 않았지만, 왠지 거부감은 없었다. 그러다가 옛날 생각이 났다.

내가 대학 다닐 때 포크송 노래가 처음으로 나와 대유행이었다. 송창식, 윤형주 등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었고, 놀러 가서 노래를 부를 때에는 “고래사냥”이라는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이런 노래가 너무 좋아 세상 사람들은 모두 이런 노래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보다 15살 정도 위인 큰 자형은 이런 노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옛날의 “홍도야 울지 마라” 등의 노래를 흥얼거리시며 “고래사냥” 같은 노래는 시끄럽다고 느끼시는 것 같았다. 참 충격이었다.

BTS의 노래가 세계를 휘젓는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 들어 보았다. 별로 공감도 가지 않고 시큰둥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럴까? 노래에는 좋은 노래가 있고 나쁜 노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익숙하면 좋게 들리는 것이고 익숙하지 않으면 좋게 들리지 않는 것이다. 큰 매형은 “홍도야 울지마라”를 부르는 세상에서 사셨고 나는 “고래사냥”이 널리 불리던 세상에 살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좋고 나쁨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좋게 들리면 그것에 익숙한 신경망이 나의 두뇌에 있다는 이야기다. 익숙하다는 것은 해당 신경망을 많이 사용하여 반들반들하다는 의미다. 이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고 나에게 어떤 신경망이 있고 그래서 그것에 익숙하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것을 좋고 나쁨으로 분류하고 누가 옳은지 따지면 스트레스를 받고 고통스러워진다.

좋고 나쁨으로 구분하고 그것에 의미를 두지 마라. 좋으면 그냥  “내가 이것에는 익숙하고 저것에는 익숙하지 않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호, 불호나 옳고 그름에 갇혀 살지 마라. 갇혀 산다는 것은 해당 신경망 프로그램만 계속 수행한다는 의미다. 내가 해당 프로그램만 계속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 다른 프로그램을 수행하면 안 되는가?  좋다 혹은 싫다는 생각이 나는 순간, 단지 “내 두뇌에는 이것을 좋아하는(혹은 싫어하는) 신경망이 있구나”하는 알아차림에 머물러야 한다. 알아차려야 바뀔 수 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Bitn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