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 때 고모님 댁에서 학교 다닌 적이 있었다. 고모님은 이웃집 아줌마를 가리키면서 “저런 여자와 결혼하면 평생 고생만 할 것”이라는 사람이 이웃에 살고 있었다. 남편은 건축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번다고 했다. 남편은 새벽같이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오는데, 식사를 챙겨주기는커녕 매일같이 돈을 적게 벌어온다고 불만이었다. 이 여자는 매일같이 정오쯤 일어나서 백화점이나 극장에 가는 것이 일이라고 했다. 집에 가면 안 쓰는 옷이나 물건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는데 매일같이 고모님 집에 돈 빌리러 오고, 그런 날이면 고모님은 우리에게 “저런 여자와 결혼하면 평생 고생”이라고 흉을 보셨다. 인간은 이렇게 프로그램되어 있으면 그런 행위를 하고 자기합리화한다. 그래서 자신의 두뇌에 어떤 신경망이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고, 잘못된 신경망의 경우 자기합리화의 덫에 갇혀 구렁텅이에 빠지기 전에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두뇌의 신경망은 신경들의 연결, 네트워크(Network)로 되어 있고, 평소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이 신경망은 생명 유지 기능과 같은 기본 기능은 태어날 때 만들어져 태어나고, 나머지 부분은 자라면서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망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고, 그 동작을 통해 기억, 행동, 감정, 생각 등이 만들어진다.
인간 두뇌가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측면에서는 알파고나 인간 두뇌나 마찬가지다. 인간 두뇌가 인공지능과 다른 측면이 의식이고, 이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신경망이 만들어질 때 주어진 환경이 평생 변하지 않으면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면 된다. 이것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면 문제가 된다. 평생 바둑만 두는 알파고는 의식이 필요 없지만, 알파고가 운전도 해야 한다면 문제가 된다. 알파고에 운전 프로그램을 추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언제 바둑을 두고 언제 운전을 할 것인지가 문제다. 이러한 제어는 알파고의 경우 인간이 하면 되지만, 인간의 두뇌에서는 제어할 방법이 없다. 신이 이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를 해결한 것이 의식이고, 인간처럼 무한대의 가변 환경에서는 의식이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즉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의식해야 한다. 그 순간 알아차려야 한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신경망의 동작을 하나의 집합으로 묶어 표현할 때, 생각이니, 감정이니, 마음이니 하는 언어로 표현한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그런데 이것을 두고 내가 했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만약 손을 움직였는데(프로그램된 대로 손이 움직인 것뿐인데), 내가 움직였다는 느낌이 없다면 얼마나 이상하겠는가?
생각도 마찬가지다. 신경망은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고 이 신경망들의 동작이 한 집합으로 의식되어 언어로 표현한 것이 생각이다. 마음도 동작하는 신경망들의 더 큰 집합을 한 개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 마음이라고 한 것이다.
신경망의 동작은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고, 그것을 내가 했다고 느끼면서 자유의지가 있다고 느낄 뿐이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의식하는 것이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신경망의 집합이 생각인데, 이 생각도 의식되기 전에는 프로그램된 대로 생각되고 이 생각을 내가 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 때 전제된 행동과 생각이 논리적일 때는 문제가 없지만 논리적이지 않을 때는 상대방이 보면 자기합리화하는 것같이 느껴진다.
인간의 두뇌는 자기합리화에 천재적으로 동작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두뇌는 자기도 모르게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기 때문이다. 내 두뇌가 자기합리화, 작화에 천재적이라는 통찰이 있을 때 이를 바꿀 수 있다.
길을 가다가 쇼윈도에 걸린 외투가 눈에 띄어 샀는데 한번 입어보고는 더 이상 입지 않는다. 그것 말고도 입을 옷이 무수히 많아 살 필요도 없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다른 사람이 볼 때 산 행위가 비합리적일지라도 자신은 “추위를 견디는 데 필요해서” 하는 식으로 작화한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것이다. 이런 신경망을 가지면 인생이 참 피곤해진다. 자기는 그런 신경망을 가졌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계속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면 “남편이 돈을 적게 벌어와서 그렇다”라는 식으로 신경망이 동작하기 때문에 고생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 알아차림이 필요한 것이다.
두뇌는 대부분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고 자기합리화에 천재적이기 때문에, 현재 환경에 맞지 않는 신경망이 프로그램된 대로 반복 동작하는 경우 더 큰 구렁텅이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내 두뇌 신경망이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 알아차림이 필요하고, 그러한 알아차림이 있을 때 변화의 가능성이 생긴다. 그래서 순간순간 알아차림이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