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는 자식들이 장성하면 대부분 독립하여 살기 때문에 노인들의 경우, 부부만 사는 집이 많다. 그런데 이런 집을 가만히 살펴보면, 부부간에 서로 옳다고 다투거나 상대의 고집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서로 상대만 고치면 행복할 것 같은데,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사람마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나는 밥을 빨리 먹기 때문에 수시로 집사람의 지적을 받는다. 집사람은 아직 반도 먹지 않았는데 나는 벌써 숟가락을 놓고 있으니 “제발 그 습관 좀 고치라”고 한다. 밥을 빨리 먹으면 위장에 부담을 주기 마련이고 소화도 잘 안 되는 편이니 백해무익하여 고쳐야겠는데 그것이 잘 안 된다. “고쳐야지” 하고 각오를 단단히 해 보지만 언제 벌써 다 먹었는지 나도 모르게 습관이 그대로 나온다. 그래서 습관을 고치려면 우선 고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먹는 순간에 빨리 먹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하고, 이런 연습을 무수히 반복하여 무의식적으로 동작하는 신경망을 바꾸어야 한다.
집사람은 무엇이든 그 자리에 두는 버릇이 있다. 양말을 벗으면 그 자리에 두고, 약을 먹으면 약봉지를 그 자리에 버려둔다. 그래서 이 버릇을 고쳐보려고 평생 애를 써 보았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성격이 날카롭지 않고 느긋하고, 사람들과 원만하게 잘 지내며, 이해심이 넓은 등 장점이 많지만, 그 자리에 버려두면 한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불편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지적도 해 보고, 다투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고치려고 노력도 보았지만, 이제는 그만두었다. 내가 바꾸기 어려운 것처럼 상대도 바꾸기 어려운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말이나 행동, 심지어 습관도 두뇌 신경망에 의해 이루어진다. 신경망이 없으면 알 수가 없고 행동할 수가 없다. 습관도 마찬가지다. 신경망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으면 그렇게 행동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을 바꾸려면 세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나는 본인이 바꾸려는 행위에 공감하여 그렇게 고치겠다고 마음을 먹는 일이고, 두 번째는 그렇게 마음먹어도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오는 순간 알아차리는 것이다. 알아차리지 못하면 아무리 마음먹어도 헛일이다. 아무리 화를 내지 않겠다고 마음먹어도 화가 나는 순간 알아차리지 못하면 바꿀 수가 없다. 세 번째로, 이렇게 알아차려 바꾸려는 연습을 무수히 반복하여 새로운 신경망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상대만 바뀌면 행복할 것같이 생각하고, 상대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고, 지적만 하면 곧 고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사람은 자신의 단점이 노출되면 즐거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백번 나의 단점으로 알고 있더라도 지적당하는 순간 기분이 상하게 마련이다. 감정적으로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단점을 지적하는 순간, 고치기보다 싸움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그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를 고치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지적하지만, 자신의 신경망은 자신만 고칠 수 있다. 신경망은 수술로 대치하는 기술도 없다. 자신의 신경망을 고치려면, (1) 공감하여 고치려는 각오 하고, (2) 습관이 발생하는 순간에 알아차리고, (3) 무수히 반복하여 새로운 신경망을 만들어야 한다. 단점만 지적하면 고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담배가 나쁘고 암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점은 백번 공감하지만, 흡연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배우자를 고치려고 평생 지적하며 애를 쓰지만, 죽을 때가 다 되어 살펴보면 바뀌지 않고 옛날 그대로인 상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신경망은 자신만이 바꿀 수 있다. 단점을 지적한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몇 번 지적해 보고 고쳐지지 않으면 상대를 고치는 데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가정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이고 불행을 벗어나는 방법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내가 옳고 상대가 틀렸기 때문에 틀린 것을 고치려고 하고, 상대를 바꾸려고 한다. 그런데 깊이 생각해 보면 세상일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세상은 각자의 신경망으로 해석하고, 해석하는 신경망이 다를 뿐이다. 상대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면 “나와 신경망이 다르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나와 신경망이 다르구나” 하고 인식하지 못하고 또 지적하는 반응을 보였다면, 알아차림 연습을 해서 상대의 단점을 지적하는 자신을 먼저 고쳐야 한다. 그래야 상대도 고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