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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로등 아래 열쇠 찾기를 하며 산다.

JungTae Lee 0

어떤 사람이 길을 가는데 한 사람이 가로등 아래서 무엇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무엇을 찾고 있는지 물어보니 집 열쇠를 찾고 있다고 했다. 같이 찾아 주겠다고 하고 함께 찾았다. 한참을 찾아도 찾지 못해, 열쇠를 잃어버린 곳이 여기가 맞는지 물어보니,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그럼 왜 여기서 찾는가?”하고 물어보니 “여기는 보이니까”라고 대답했다(다석 유영모). 우리가 사는 것이 이와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소에 들어갔을 때 이야기다. 선배들이 결재를 받으러 갈 때 비서실에 연락하여 그날 소장님의 심기를 점검했다. 저기압이면 결재를 미루었는데, 사회 초년생의 눈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내가 결재를 받으러 갔을 때 이유 없이 혼난 경험을 하면서 선배들의 심기 체크가 이해되었다. 교수가 되어, 아침에 마누라와 말다툼을 한 날에는 내가 대학원생을 혼내고 있었다. 논문이 잘못되었다면서…

재판관이 점심 직전에 내린 판결이 죄질이 나빠서 가혹한 판결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두뇌는 생존을 위한 경고신호(배고픔)로 인해 재판에 영향을 주었지만, 인간은 이를 의식하지 못한다. 2011년 4월 미국 PNAS에 실린 논문을 보면, 이스라엘 재판부의 판결을 조사해 보니 점심시간 직전(공복 상태)에 내린 판결이 가혹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배고픔의 생존 신호가 판결에 영향을 주었지만, 이 신경망의 동작은 의식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이 알 수 있는 범위에서 이유를 찾는 것이다.

우리는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이 자신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프로그램된 대로, 무의식적으로 동작한다. 점심 직전 선고가 가혹한 것은 배가 고픈 것이 크게 영향을 주었는데, 죄질이 나빠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점심 직전에 면접을 받은 사람이 대거 탈락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즉 반응은 프로그램된 대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지만, 이유는 의식되는 범위에서 찾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행복은 생존을 위한 도구다. 행복이나 불행과 같은 감정은 대부분 프로그램된 대로 일어나지만, 무엇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 무엇과 관계없이 두뇌 신경망이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여, 두뇌는 생존에 위협으로 느끼고 불행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대 생활환경은 조상들이 산 원시 밀림과 다른데 원시 밀림에서 만들어진 두뇌로 현대 환경에 자동으로, 프로그램된 대로,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면서, 이유는 의식되는 범위에서 찾고 있다. 즉 열쇠는 저 어둠 속에 어디엔가 잃어버리고, 가로등 불빛이 밝기 때문에 가로등 아래에서만 찾고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우리의 선택과 행동은 의식이 닿지 않는 곳에서 프로그램된 대로 이루어진다. 이 사실을 알고 가로등 불빛 밖으로 나갈 때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처음 불빛 밖으로 나갈 때는 캄캄하여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지만, 어둠에 서서히 익숙해지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명상을 하여 두뇌를 조용히 하면 작은 신호들이 의식되기 시작한다.

행복과 불행도 마찬가지다. 무엇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이 가로등 아래서만 찾으면 해결책이 없다. 생존의 도구로 동작하고 있는 감정을 알아차릴 때 프로그램된 대로 오동작하고 있는 신경망을 발견할 수가 있다. 순간순간 이 사실을 알아차려 두뇌 신경망을 바꿀 때 우리는 진정 행복하게 살 수가 있다. 가로등 밖의 어둠 속으로 나갈 때 우리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가 있다. 생각으로 두뇌를 온통 시끄럽게 하지 말고, 명상으로 조용히 하라. 그러면 생존의 도구로 영향을 주고 있는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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