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돈을 많이 벌거나 출세하여 행복하게 살고자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 어떤 조건이 만족하면 그 이후에는 쭉 행복해지는 비법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을 희생시켜 돈과 출세에 올인하며 산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면서 지금을 희생시키며 산다.
환경이 바뀌면 우리 두뇌는 바뀐 환경에도 곧 적응한다. 적응은 생존의 강력한 무기이고,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이 무기를 물려받았다. 적응 능력 때문에 우리는 살아남았고, 고난을 겪어도 극복해 나갈 수가 있었다.
적응은 양날의 칼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행복이 지속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훼방꾼이다. 우리는 복권에 당첨되어 횡재하면 행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당첨된 순간에는 행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행복에 대한 기준선이 변하게 되어 더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적응 때문에 한방에 행복해지는 비법은 없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만 하면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하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면 불만만 쌓여간다. 이것을 우리는 사랑이 식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는데, 두뇌의 적응 능력 때문에 결혼 순간의 행복이 계속 이어질 수가 없다. 내 집을 사서 이사만 가면 더 소원이 없을 것 같은데, 조금 지나면 여기에 적응하여 새로운 자극을 구한다. 승진하여 지나가는 사람의 인사를 받으면 더없이 행복하지만, 여기에 적응하면 인사하지 않고 지나가는 부하에 부아가 치민다.
이처럼 우리 두뇌는 새로운 환경에 곧 적응한다. 새로운 환경은 더 행복을 주지 못하고 또 새로운 자극을 구하게 된다. 두뇌는 생존을 위하여 변화가 있는 신호에만 반응하고, 변하지 않은 환경에서 오는 신호는 무의식적으로 걸러낸다. 이처럼 두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이고, 조금 지나면 이것이 기준선이 되어 또 새로운 변화가 없는지 찾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결혼, 집, 출세, 돈만 해결되면 행복할 것으로 착각하고 여기에 올인한다. 그것만 성취하면 영원히 행복할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재벌 며느리가 되는 것과 재벌 며느리로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재벌 며느리만 되면 그때부터는 쭉 행복할 것으로 착각한다. 주위에서도 그럴 것으로 착각하고, “그 친구 이제 고생 끝났다”하고 부러워한다. 두뇌가 오동작하고 있다. 이런 두뇌의 특성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프로그램된 대로 살면, 그때부터 고행의 길에 접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의 두뇌는 적응의 천재다. 환경이 변하면 변한 환경에 곧 적응한다. 이러한 특성은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이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행복에 대해서도 곧 적응한다. 감정은 동일한 자극에 동일한 반응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 과정을 거쳐 반응이 달라진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새로운 것에 놀랍도록 빨리 적응하는 동물이다. 승진하면 기쁘지만, 곧 적응하여 승진이 행복에 도움이 안 되고, 새집을 사서 이사하여도 곧 적응하여 조금 지나면 새집은 의식되지도 않고 더 넓은 친구 집만 눈에 들어온다. 결혼도 마찬가지고, 복권 당첨도 마찬가지다. 결혼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결혼했던 때는 생각도 나지 않고 아이들 키우는 것에 힘들어한다. 그래서 복권 당첨으로 일확천금을 얻는 것은 돈에 인생의 수갑을 차는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이다.
행복은 환경에 변화가 생기는 순간에 발생하는 감정으로, 지금 여기 환경에 따라 순간순간 변하는 경험이다. 그런데 우리는 목표가 달성되면 그 뒤에 계속 행복해질 것으로 착각한다. 즉 재벌 집 며느리가 되는 것과 재벌 집 며느리로 사는 것은 아주 다른 이야기인데, 계속 재벌 집 며느리가 되는 기분으로 살 것으로 착각한다. 우리는 Becoming에 주목하고 살지만 정작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은 Being이다. 미래의 어느 시점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 순간이다.
행복은 한방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행복은 강도의 문제가 아니고 빈도가 중요한 문제다. 행복은 복권과 같은 큰 사건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같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가랑비에 젖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행복이고, 이러한 기회를 자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