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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프로그램된 대로 살려고 하나?

JungTae Lee 0

우리는 내가 판단하여 결정하고, 말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려고 한다. 과연 그게 사실이고, 그렇게 될까?

우리가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도 두뇌의 동작에서 이루어지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도 두뇌의 동작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의 바르고 영민했던 피니어스 게이지가 사고로 전두엽에 손상을 입은 후에 얼마나 형편없는 결정을 하고 무뢰한 인간으로 변했는지 알면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두뇌의 동작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된 사람이 하루아침에 말도 못 하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경우를 보면 말하고 행동하는 것도 두뇌 동작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치매로 다정했던 엄마가 무감각해지는 것을 보면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두뇌의 동작이고, 성격도 그 사람의 신경망에 의해 결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신경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신경망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말도 못 하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때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갑자기 끼어든 자동차 때문에 화가 나서 살인을 저질러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우리는 상대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하거나 내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는 나라는 것이 존재해서 내가 그랬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신경망이 그렇게 동작한 것이다(이 말을 하면 내가 그런 것이 아니고 신경망이 그랬다는 식으로 책임 회피 수단으로 생각하는데, 그런 신경망을 가진 개체가 책임져야 하는 측면에서 보면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별도로 논할 예정이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신경망이 그렇게 동작한다는 것이고 그 신경망을 고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우리의 많은 신경망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밀림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만들어진 것인데, 완전히 달라진 현대의 환경에서 왜 그 원시의 프로그램대로 살아야 하나?

우리는 내가 돈을 벌거나 출세하여 행복하게 살려고 한다. 나라는 것은 불변이므로 그대로 두고 상대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마누라가 내가 원하는 말만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없고, 끝없이 밀리는 자동차를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으며, 오는 비를 내가 멈추게 할 수도 없다.

우리는 내가 변수인데 상수로 생각한다. 두뇌 신경망을 바꾸면 내가 바뀌는데, 나는 그대로 두고 세상을 바꾸려고만 한다. 두뇌 신경망은 그대로 두고 살겠다는 것인데, 이는 프로그램된 대로 살겠다는 의미다. 나는 알파고처럼 프로그램된 대로 살면서 세상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려고 한다. 물론 이렇게도 살 수도 있겠지만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우리는 프로그램된 대로만 살려고 하나? 세상을 탓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 신경망을 바꾸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세계 최고 부자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나의 신경망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 신경망은 쉽게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습관화된 것을 바꾸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과 같은 경우는 고치려는 마음만 먹으면 고쳐지지만 습관화된 신경망은 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습관화된 신경망을 바꾸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새로운 길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고 다음으로 그 갈림길에 들어서면 새로운 길로 가도록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야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습관화된 신경망은 등산로에서 자동차가 다닐 정도로 다져진 반들반들한 길이다. 등산하러 갈 때마다 산어귀에 들어서면 아무 생각 없이(의식 없이, 알아차림 없이) 이 길을 따라간다. 새로운 길을 내려면 먼저 발자국을 남기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고, 다음으로 갈림길에 이르면 습관적으로 큰길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고 아직 발자국도 잘 보이지 않는 길로 들어서야 한다.

나는 점심을 먹지 않는다. 처음에는 점심을 먹지 않으면 참기 어려웠지만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는 너무 편하다. 이제는 손님들과 어울리다 보면 점심을 먹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 경우는 많이 불편하다. 점심을 먹는 것과 같이 평생 만들어진 습관도 바꾸려면 바뀌는 것이다. 나는 화를 잘 내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화가 나는 순간에 내가 화가 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무수히 많은 연습을 하면 이것이 가능해진다. 화가 나는 순간에 화를 알아차릴 수 있으면 화를 다스릴 수 있다. 화를 다스릴 수 있으면 화 때문에 화를 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나는 밥을 아주 빨리 먹는 편이다. 마누라는 아직 반도 먹지 못했는데 나는 밥을 다 먹고 일어나니, 마누라가 힘들어한다. 밥을 빨리 먹으면 꼭꼭 씹지 않기 때문에 위장에 부담이 가고 소화기계통에 좋지 않은 원인이 됨을 알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밥을 먹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빨리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고치려면 밥을 빨리 먹으면 위장에 나쁘기 때문에 천천히 먹는 신경망을 만들어야 하고, 이렇게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빨리 먹는 그 순간에 자신이 빨리 먹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알아차려 천천히 먹는 연습을 무수히 해서 이 신경망이 반들반들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밥을 빨리 먹는 습관 이외에도 내 신경망에는 고쳐야 할 것이 많다. 자동차를 과속으로 운전하는 습성, 나와 맞지 않는 정치적 견해를 참지 못하는 습성, 걱정을 많이 하는 버릇, 인상이 밝지 않는 것 등 무수히 많다.

우리 두뇌 신경망은 매 순간 아주 바쁘게 동작한다. 초당 1,100만 비트 이상을 처리하는데 이 중에서 내가 알아차리는 것은 40비트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 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한 상태에서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알파고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경우 알파고처럼 프로그램된 대로 살아온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면 상대나 세상을 볼 것이 아니라 나의 어떤 신경망이 작동하고 있는지 알아차려야겠다. 그리고 가능하면 좀 더 좋은 신경망으로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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