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는 편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면 스트레스를 받고 심하면 공포감마저 느낀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에는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만, 나와 생각이 다른 직장 상사의 결재를 받아야 할 때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든다. 전자의 경우는 내가 통제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내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진이 일어나거나 전쟁터에서는 소름이 끼치는데, 이때는 내 생명이 위험하지만, 상황을 내가 전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제 위치가 자신에게 있다고 느끼는 경우를 심리학에서는 내부통제감이라고 하고, 자신이 전혀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을 외부통제감이라고 한다. 내부통제감의 경우 상황이 나쁘더라도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지만, 외부통제감의 경우 사소한 일이라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인식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심하면 공포감마저 느낀다.
앞서 제시한 예와 같이 대부분 사람이 내부통제인지 외부통제인지 비슷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즉 동일한 상황을 두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고(내부통제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느낀다(외부통제감). 더구나 지진이 일어난 경우와 같이 대부분 사람이 외부통제감으로 느끼는 경우에도 내부통제감이 높은 사람은 대나무 숲을 찾아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안전감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내부통제감을 가지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내부통제감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시도를 하고 따라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으며, 더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내부통제감은 두뇌가 만드는데, 아주 어릴 때 형성된다. 어릴 때 어떤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자랐는가에 따라 두뇌 형성이 달라지고, 이렇게 형성된 신경망이 평생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어릴 때 “안 돼” 하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란 아이는 내부통제감을 많이 잃어버린다. 상황을 접할 때마다 “안 돼” 하면 통제력이 외부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신경망이 형성되고, 그러면 위축되고 행복감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참 힘든 과정이다. 생명 유지와 같은 기본 기능만 갖추어져 태어난 아이가, 부모를 알아보고, 똥오줌을 가리고, 걷고, 말하고, 사회적 규칙을 배워가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가? 일어서는 경우만 보더라도 3만 번 앉았다가 일어서는 연습을 해야 겨우 일어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걷고 말하는 것은 그보다 수천 배~수만 배 더 반복해야 할 것이 아닌가! 더구나 신경망이 없으니 모든 것이 실수 덩어리이고 그 실수를 통해 신경망이 형성되고 있으니 부모의 입장에서는 “안 돼” 하는 말이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더구나 신경망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태어날 때는 무수히 많은 임시연결망으로 엉기성기 연결되어 있다가 사용하는 신경망은 강화되어 단단해지고, 사용하지 않으면 가지치기하여 사라진다. 따라서 영어 하는 두뇌가 따로 있고 한국어 하는 두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는 영어, 한국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등 어느 언어도 익힐 수 있는데, 노출되는 언어에 따라 해당 신경망은 강화되고 나머지는 가지치기해서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릴 때 다양한 경험에 노출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동네 시장통에 가서 물건 사는 경험도 필요하고, 우체국에는 뭐 하는 곳인지 알아도 보고, 음악회에 가서 좋은 음악을 듣는 것도 필요하며, 친구들과 캠핑가서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도 필요하고, 아주 낯선 나라에 가서 다양한 문화를 접해보는 경험도 중요하다. 특히 다양한 문화를 접해 보는 것(여행사 가이드가 안내하는 관광이 아니라 그곳 사람들과 부대끼고 생활해 보는 경험)은 어디에 갇히지 않고 생각하는 틀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미래사회에서는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창의성은 가만히 앉아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한다거나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두뇌 동작에서 다양한 신경망이 새롭게 연결되어 나오는 것이다. 음악회에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듣고 만들어진 신경망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할 때 히잡을 착용해 보고 만들어진 신경망이 연결되어 나오는 아이디어가 창의성이다. 따라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신경망을 만들어둔 사람이 창의성이 뛰어나게 마련이다.
다양한 경험에 노출하고, “안 돼”하는 말은 가급적 줄이는 것이 창의적이고 내부통제감이 충만하며 행복한 아이로 자라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를 키워보면 이를 실천하기 참 어렵다. 그래서 몇 가지 규칙을 정해두고 그 외에는 “안 돼” 하는 말을 하지 않는 습관을 부모도 실천해 보는 것이 어떨까? 거짓말 한다거나, 남을 괴롭히거나, 도둑질하는 등의 몇 가지 규칙에 대해서는 “안 돼”하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는 그냥 눈을 지그시 감고 넘어가는 것이 어떨까? 그렇게 해도 세상은 크게 잘못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두뇌를 연구해 보면 어릴 때 좋은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어릴 때 만들어진 신경망으로, 평생을, 대부분의 경우 프로그램된 대로, 무의식적으로, 습관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프로그램된 대로 반응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기합리화(작화: Confabulation)에는 천재적이다. 그래야 자기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슬퍼서 울까, 울어서 슬플까? 대부분 사람은 슬프기 때문에 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fMRI로 두뇌의 동작 순서를 촬영해 보면 과학은 후자임을 말하고 있다. 먼저 운동중추가 동작하여 프로그램된 대로 눈에서 눈물이 나오고 후에 전두엽이 동작하여 슬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 만들어지는 신경망이 중요하고, 이 신경망을 만드는 빅데이터, 즉 육아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자라는 아이에게 “안 돼”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