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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과 지옥이 존재할까?

JungTae Lee 0

뇌과학자들은 대부분  “의식은 두뇌의 동작에서 나온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아직 의식이 발생하는 두뇌 동작 기전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았지만, 대략 DMN(Default Mode Network)을 중심으로 신경망의 동기화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일견 이 말은 별것 아닌 것 같이 생각되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의식은 두뇌 동작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두뇌가 망가지면 의식이 없다는 이야기다. 중풍이나 자동차 사고로 두뇌를 다친 사람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현상을 두고 우리는 의식이 없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안다. 그리고 잘 때도 의식이 없다. 의식이 없으면 잠잘 때와 같이 알아차림도 없다.

우리는 죽은 후에 천당이나 지옥에 간다고 한다. 종교도 이런 사실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꿈에서 조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조상을 위해 제사나 묘사를 지내기도 한다.

천당이나 지옥, 귀신도 알아차림이 있을 때 성립되는 이야기다. 잠잘 때와 같은 알아차림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데 천당과 지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간혹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환자가 임사체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두뇌가 망가지면 그 과정에 따라 여러 가지 인지 변화 현상이 일어난다. 공간과 시간 인지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감정과 자아에 대해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죽는 과정에서 터널을 지나갔다거나 죽은 조상을 만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임사체험은 두뇌가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터널을 지나갔다는 이야기는 두뇌가 망가지는 과정에서 시각중추가 망가져 시야가 좁아져 나타나는 현상이고, 꿈에서 죽은 조상을 만났다거나 환상을 보는 것도 두뇌가 만든 이야기일 뿐이다. 두뇌가 망가진 치매 환자가 “저기 누가 와 있다”라고 착각하는 경우와 같다(시각 경로에 문제가 생기면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만약 죽었다가 다시 태어났다면 죽었을 때 두뇌가 어떻게 동작하였겠는가? 죽었는데 사후세계를 살펴보기 위해 두뇌는 살아서 동작했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단지 어떤 과정을 통해 두뇌에 그런 신경망이 만들어졌고, 그에 따라 살아난 지금 사후세계가 어떻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두뇌가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의미다.

죽으면 두뇌가 망가지고, 두뇌가 망가지면 알아차림도 없다. 단지 자연의 법칙에 따라 DNA 같은 정보는 존재할 수 있고 내 두뇌 정보도 어떤 매체에 저장되어 존재할 수는 있다. DNA 정보로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는 있고, 먼 훗날 두뇌 정보를 저장해 두었다가 새로운 두뇌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시절이 온다고 해도 DNA 정보나 두뇌 정보 자체가 의식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의식이 없으면 알아차림도 없고, 알아차림이 없으면 잠잘 때와 같이 의식이 없는 상태가 영원히 지속할 뿐이다. 여기에 무슨 천당과 지옥이 있고, 행복과 고통이 있으며, 죄가 있고, 벌이 있겠는가? 살아있는 인간의 두뇌가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단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사후 세계를 알 수 없다”는 사실 뿐이다. 누가 사후 세계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살아있는 그의 두뇌가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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