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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차림과 두뇌 동작

JungTae Lee 0

의식의 특징은 한마디로 알아차림이다. 의식이 없다는 것은 알아차림이 없다는 것이다. 잠을 잘 때처럼 주관적인 알아차림이 없다는 것이다.

알아차림은 두뇌의 동작과 관련이 있다. 낮에 깨어 있을 때는 의식이 있지만 잘 때는 의식이 없다. fMRI로 두뇌를 촬영해 보면 우리가 잠을 자는 시간에도 많은 신경망이 동작한다. 숨을 쉬기 위해 허파를 제어하고 저녁에 먹은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장기를 제어하는 두뇌 신경망은 잠을 잘 때도 바쁘게 동작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 즉 무의식적으로, 다른 말로 하면 두뇌 신경망에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것이다.

두뇌 신경망은 대부분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환경에 변화가 없이 늘 같은 종류의 정보가 입력되는 경우에는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해도 문제가 없다.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경우와 같다.  문제는 환경이 바뀌는 경우다. 즉 알파고가 바둑을 두다가 자동차를 운전해야 하는 경우와 같다. 알파고에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가하더라도 “언제 바둑을 두고 언제 운전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자”가 존재해야 한다. 알파고에서는 이 역할을 인간이 하면 되지만 인간 두뇌에서는 “누가 하는가”가 문제가 된다. 인간에게서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의식이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지 않으려면 의식해야 한다. 알아차려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비난하면 불쾌하거나 화가 나서 격한 말로 되받아치거나 상대를 한방 후려치려고 손이 올라간다. 그러나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 보면 후회가 된다. 대한항공 회항 사건처럼 땅콩을 쟁반에 담지 않은 것이 비행기를 회항시킬 만큼 큰일인가?. 뒤에 가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후회가 되지만 그 순간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다. 즉 프로그램된 대로 두뇌가 동작하는 것이다. 이를 고치려면 그 순간에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려야 한다. 알아차려야 바뀔 수 있다. 

의식, 즉 알아차림은 두뇌 동작과 관련이 있다. 아직 의식이 두뇌 동작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명확히 규명되어 있지 않지만, 두뇌 동작과 관련이 있음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우리가 알아차리는 것을 분석해보면 알아차림의 내용과 알아차림 그 자체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휴대폰을 알아차릴 때는 휴대폰이 알아차림의 내용이다. 화가 났을 때를 알아차림은 화가 알아차림의 내용이고, 그리고 “알아차림” 자체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의식, 알아차림은 두뇌 동작에서 나온다. 이때 fMRI로 두뇌 동작을 촬영해 보면 DMN(Default Mode Network)과 의식 내용의 신경망이 동기화되어 동작한다. 화가 났을 때는 편도체가 동작한다. 화가 나지만 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에는 편도체가 동작하고 있지만 DMN과 편도체 동작이 동기화되지 못한 경우이다. 화가 난 순간 화를 알아채는 경우에는 DMN과 편도체의 동작이 동기화된다. 따라서 화가 난 순간에 화를 알아차리려면 편도체가 동작하는 순간에 편도체와 DMN의 동작이 동기화되도록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화의 강도가 점차 약해지는 것은 해당 자극에 대한 편도체의 동작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두뇌 신경망은 자주 사용하면 강화되지만, 사용 빈도가 낮아지면 점차 시냅스 연결이 약해진다(따라서 화도 자주 내는 사람이 잘 낸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는 반들반들하지만 사용하지 않은 등산로는 점차 희미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용하지 않으면 신경망은 약해지는 것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화가 난 순간에 화가 났음을 알아차리는 경우는 편도체와 DMN이 동기화되어 동작한다. 이때 편도체가 동작하지 않으면 내용이 없는 알아차림이 된다. 즉 열린 알아차림의 상태가 된다. 편도체가 동작하지 않아 화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연습이 많이 되면 화내는 빈도가 줄어들고 알아차림만 남는다.

열린 알아차림의 상태에서는 신경망의 어느 부분과도 동기화될 수 있어 다양한 정보를 알아차릴 수 있다. 정보를 걸러내는 필터링 기능이 감소하여 한 가지에 갇히지 않고 많은 것을 인지할 수 있음으로 더 지혜로워질 수 있다.

나쁜 습관(신경망이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을 고치려면 알아차려야 하고, 이런 연습을 반복해야 신경망이 바뀔 수 있다(습관을 고칠 수 있다). 나아가 열린 알아차림에 머무는 연습을 많이 하면 더욱더 지혜로워지고 평온해진다. 그래서 순간순간 알아차림이 중요하고, 이 상태가 계속되면 언제나 평온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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