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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려라.

JungTae Lee 0

우리는 뱀을 보면 두렵다. 사실 뱀과 싸우면 두려운 것도 없는데 공포감이 밀려온다. 이 공포감에 휩싸여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이런 실수로 고통받기도 한다. 

두려움이나 공포 같은 감정은 두뇌의 변연계에서 만들어지며 무의식적으로 처리된다. 즉 알아차리지 못하고 프로그램된 대로 반응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신경망이 진화과정에서 수백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밀림의 숲속에서, 장화도 없던 시절에, 뱀에라도 물리면 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뱀을 보면 공포감을 느끼고 도망가는 반응이 적절했을 것이다. 두뇌는 이런 빅데이터로 훈련되어 신경망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밀림에 살지도 않고 특히 장화를 신으면 안전하다. 그런데도 뱀을 보면 맥박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며 머리카락이 솟구치는 공포감이 밀려온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감정을 처리하는 변연계는 수백만 년 전 밀림의 환경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도시의 아파트는 밀림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이다. 그래서 변연계에 프로그램된 대로 느끼고 반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밀림을 가는데 부스럭 소리가 나면 우리 몸은 호흡이 빨라지고 맥박이 뛰며 얼굴이 상기된다.  호랑이가 튀어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다. 우리 몸은 이 위기상황을 벗어나기에 최적인 상태로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도망가거나 도망갈 여유가 없으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태(F/F: Fight/Flight)로 몸을 준비해야 한다. 몸이 위기 상태로 반응하는 것을 감정적으로 “화난 상태”라고 하는데 이 반응은 목숨을 부지하는데 아주 적합한 반응이다. 

문제는 현대의 생활환경이 밀림과는 너무나 다른데, 밀림 시절에 만들어진 감정 신경망으로 오늘을 사는 데 있다. 그래서 마누라의 말 한마디에 목숨이 위태로운 것으로 착각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하여 두고두고 후회하기도 한다.  

공포나 화 말고도 감정에는 불안, 우울, 행복과 같은 다양한 것들이 있다. 우리 두뇌는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신호와 내부 감각 정보를 이용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반응하는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은 과거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신경망으로 처리된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는 새로운 해석법이 필요하다. 바둑으로 훈련된 알파고로 체스를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아도 고쳐지지 않고 반복된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기 때문이다. 의식하지 못하면, 알아차리지 못하면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한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지 않으려면 알아차려야 한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 갇혀 있어야 하니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환경이 이러니 프로그램된 대로 우울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우리는 동일한 환경에서도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알아차리는 것이다. 우울하게 느껴지는 그 순간에 “내가 우울하게 반응하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현재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려라. 알아차리면 동일한 환경, 동일한 신호를 두고 다르게 반응할 수도 있다. 감정은 두뇌가 만들어낸 것이고, 알아차리면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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