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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는가?

JungTae Lee 0

우리는 “인간이 자유의지가 있다”고 믿고, 사회질서도 그런 바탕에 근거하여 작동하고 있다. 즉 “내가 결정하여 행한다”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에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1983년 미국의 뇌과학자 리벳(Libet)은 인간이 어떤 행위를 하기 수백msec 이전에 예비 전위가 발생함을 발견하였다. 먼저 피험자의 두뇌에 전극을 붙여 뇌파를 측정하고, 컴퓨터 화면에는 시계방향으로 구슬이 회전하게 보여주고 구슬 위치로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준비해 두었다. 그리고 피험자에게 오른손이나 왼손 중에서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여 들도록 하고, 결정한 순간 구슬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였다. 이렇게 실험한 결과, 결정한 시간보다 수백 msec 이전에 오른손을 들 것인지 왼손을 들 것인지 알 수 있는 예비 전위가 발생한 것이다. 즉 결정하기 수백 msec 이전에 이미 손의 움직임과 관련된 운동중추가 동작한 것이다. 내가 결정하여 손을 든 것이 아니라 결정하기 이전에 손을 드는 동작과 관련된 신호는 이미 동작한 것이다. 이로써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불편한 과학적 증거가 제시된 것이다. 그 이후 스위스의 뇌과학자 헤이스(Hayes)는 fMRI를 이용하여 리벳과 같은 예비 전위가 발생함을 확인하였다.  즉 인간은 피험자보다 뇌파나 fMRI를 볼 수 있는 실험자가, 피험자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먼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자유의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만약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사회질서에 많은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루어지고 있다. 죄를 지어놓고 내가 한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내 두뇌가 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즉 두뇌의 동작은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두뇌에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지 않는 경우이다. 그런데 우리는 두 가지 모두 내가 했다고 느낀다(작화한다). 즉 프로그램된 대로 실행하면서도 내가 결정했다고 느끼는 경우와 프로그램된 대로 행하지 않는 결정을 하는 경우이다. 사실 전자는 자유의지가 없어도 된다. 프로그램된 대로 실행하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후자의 경우에는 하지 않는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이는 프로그램된 대로 실행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선택이 필요하다. 즉 우리는 할(프로그램된 대로 할) 자유의지는 없고 안 할(프로그램된 대로 하지 않을) 자유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된 대로 하지 않으려면 그 순간 알아차려야 바뀔 수 있다.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냥 프로그램된 대로 느끼고, 말하고, 행하며, 생각한다.  즉 알아차리지 못하면 자유의지가 없다는 의미다. 

우리는 프로그램된 대로 하는 자유의지는 없고 프로그램된 대로 하지 않을 자유의지는 있다. 프로그램된 대로 한다는 것은 습관대로 산다는 것이고 습관대로 행할 때는 자유의지가 없지만, 습관대로 행하지 않을 때는 자유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습관대로 살므로 대부분은 자유의지가 없이 살지만, 일부 순간 습관에서 벗어나는 경우 자유의지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 순간 알아차려야 결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다. 단지 순간순간 알아차려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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