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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차리지 못하면 자신도 바꾸기 어려운데 우리는 언제나 상대의 단점을 고치려 한다.

JungTae Lee 0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서 화장지가 없으면 참 난감하다. 드물지만 간혹 그런 일이 발생하면 집사람에게 화장지가 끝나면 새 화장지를 준비해달라고 부탁을 해도 매번 그대로다. 늙으면 식후에 먹는 약이 한두 가지 있기 마련인데, 집사람은 약을 복용 후 비닐 약봉지를 그 자리에 그대로 둔다. 이 버릇을 고쳐보려고 몇 번 이야기해 보았지만 이제까지 고쳐지지 않는다. 대신에 집사람은 성격이 부드럽고, 친가 사람을 포함하여 사람들과 관계가 좋고, 화를 내도 뒤탈이 없으며, 음식을 맛있게 하는 등 장점이 많다.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장점은 별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단점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래서 단점은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하고 고치려 한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말이나 행동을 습관적으로 한다. 습관적으로 한다는 것은 프로그램된 대로 한다는 뜻이고 이는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의미다. 즉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은 프로그램된 대로 실행되기 때문에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단점도 바꾸기 어렵다. 자신의 단점을 바꾸려면 그런 행위가 일어나는 그 순간에 그 행위를 알아차려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단점도 바꾸기 어려운데 우리는 상대를 바꾸려 한다. 이것은 대부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고치려 하니 다툼이 일어나고 고통스러워한다. 

상대를 바꾸려면 제일 먼저 상대가 단점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사실 단점이라는 것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고, 동의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음식을 싱겁게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는 단점이지만 혈압이 높지 않은 사람은 싱거워서 음식 맛이 안 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점이라고 동의하고 고치려 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고치려 하면 행위가 일어나는 그 순간에 그 행위를 알아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밥을 빨리 먹는다고 지적을 당하는데 이는 위장에도 좋지 않아 고쳐야 하는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밥을 먹는 그 순간에 빨리 먹고 있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습관대로 빨리 먹는다. 이런 나의 두뇌 속에 있는 신경망을 나도 고치기 어려운데 말 몇 마디로 상대가 어떻게 고칠 수 있겠는가?

어떤 점은 상대를 고치려고 평생 노력해도 안 된다. 상대가 단점이라고 동의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단점이라고 동의하더라도 상대가 알아차리는 연습을 무수히 반복하여 자신의 신경망을 바꾸지 않는 한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상대에게 두세 번 이야기해보고 바뀌지 않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단점은 눈에 확 띄지만, 장점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노력하여 찾아야 한다. 이것을 많이 찾은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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