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두뇌는 환경으로부터 입력된 정보(오감 정보)에 따라 긍정 또는 부정적인 감정(느낌)을 생성한다. 환경으로부터 입력된 정보가 나의 생존에 유리하면 긍정 감정을, 불리하면 부정 감정을 생성한다. 행복한 느낌을 일으키는 것은 긍정 감정에 속하지만, 화나 슬픔 같은 것은 부정 감정에 해당된다.
감정은 두뇌의 변연계에서 생성된다. 뇌간의 바깥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변연계는 환경으로부터 입력된 정보를 분석하여 다양한 감정 정보를 생성한다. 이때 감정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처리된다. 이는 프로그램된 대로 처리된다는 의미이고, 다른 말로 표현하면 습관대로 처리된다는 의미다. 즉 듣기 싫은 소리가 입력되면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이는 상대의 말이 틀렸다는 생각을 들게 하며, 상대에게 욕을 하거나 상대의 뺨을 때리는 등의 행동을 일어나게 한다. 이 과정은 살아온 환경에 의해 형성된 두뇌 신경망이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인간의 두뇌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합리화한다. 즉 인지 부조화 상태를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아주 따분하고 지겨운 일을 시키고, A그룹에는 100,000원을, B그룹에는 1,000원을 주면서 다음 사람에게 아주 재미있는 일이라고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실험이 끝난 후 실재 일이 어떠했는지 물어보니, A그룹은 “재미없었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했지만, B 그룹은 “재미있었다”고 대답했다. 즉 A그룹이 거짓말을 한 것은 100,000원이라는 대가가 있기 때문이라는 자기합리화가 가능하지만, B그룹 사람은 돈 때문에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합리화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이 재미있었다고 왜곡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여 말을 내뱉고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옳아서 그런 말을 하고 행동했다는 생각이 든다. 즉 자기합리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극은 자기합리화하기 위해서 그 사실에 맞는 정보만 선택하여 보고 들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이나 아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것은 자동반응하게 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신경망을 형성할 때와 다른 환경을 만나면 오동작을 일으키게 되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삶에서는 이런 경우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지 말아야 한다.
프로그램된 대로 동작하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알아차리는 것이다. 감정이 일어나고 자동 반응하는 과정의 고정된 신경 회로망에서 벗어나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지금 일어나는 그 순간에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환경을 접하면 자동으로 일어나는 감정을 알아차려야 한다.
남편이나 마누라가 어떤 말을 할 때 기분이 나쁘고 상대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이때 기분 나쁘다는 감정 상태를 알아차려야 한다. 알아차려야 어제와 다른 형태로 반응할 수 있고 개선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알아차리는 연습을 많이 하면 순간순간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러면 다른 말과 다른 행동을, 나아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자신의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우리는 지혜로워질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