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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남기고 간 것

JungTae Lee 0

태풍이 지나가고 다음날 아침 일찍 농장에 갔다. 태풍이 온다고 해서 단단히 준비를 해 둔지라 무사할 거라는 기대를 하고 갔는데 그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가는 도로는 지난 밤의 태풍에 부러진 나무가지 등으로 어수선했고, 여기저기 신호등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애꿎은 순경아저씨가 수신호를 하느라 고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리 단단히 준비한지라 농장은 괜찮으리라 기대하고 갔는데, 농장 입구부터 그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큰 소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입구에서 내려 농장에 들어서니 차고가 태풍에 날라가 버리고 없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냉장고 안은 엉망이 되었고, 원두막의 장판이 날라가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과수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열매가 우루루 떨어져 있는 것에는 관심조차 둘 여유가 없었다.  부산에서도 장산 산책길의 큰 나무가 뽑혀 도로를 가로막고 있었고, 민락수변공원에는 직경 2m의 돌덩이가 굴러왔다고 한다. 태풍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500밀리가 넘는 폭우로 집이 물에 잠기고 물난리를 치렀다고 했다. 

태풍의 강도도 매년 점차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몇년 전 겨울에는 한파로 혹독히 추웠는데 지난 여름에는 폭염으로 고생을 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작년 12월부터는 코로나-19로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이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꺼꾸로 된 세상이다. 

봄철이 오면 미세먼지로 구정물 속의 미꾸라지 신세가 된다. 미세먼지가 조금 좋아지는가 하면 여름이 되어 폭염이 온다. 35도 이상의 고온이 계속되어 에어컨 없이는 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폭염이 한풀 꺾이는가 하면 가을 태풍이다. 어찌된 태풍이 매 주마다 온다고 한다. 그것도 올 때마다 최강이란다. 태풍으로 한 숨을 돌리나 싶으면 겨울의 혹한이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고통이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에 기인한다고 한다. 공장 및 자동차 매연으로 공기는 나빠지고 인간이 내뿜은 이산화탄소가 대기층에 쌓여 지구를 감싸고 있으니 최근 5년동안 지구 온도는 0.2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렇게 높아진 온도는 북극의 만년설을 녹여 바다 온도를 높이고 해수면도 높이고 있다. 좀 더 높아진 바다 온도로 수증기가 증가하여 점차 더 강력한 태풍이 형성되고, 오는 태풍마다 최강이라고 한다. 전문가의 이야기에 의하면 앞으로 해수면이 높아지면 2050년에는 약 10억명의 난민이 발생될 것이라고 한다. 고작 4백만명의 이라크 난민으로 유럽이 몸쌀을 앓고 있고, 영국은 블랙시트, 미국은 멕시코 성벽을 쌓고 있는데, 수십억명씩 발생되는 난민이 밀려올 때 과연 인간은 이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들을 수몰된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지 않겠는가?

태풍이 불어 심각한 피해를 입으면 생각할 기회나 있지만, 평소에 우리는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가고 매주 재활용품으로 내놓는 비닐, 플라스틱이며,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는 1/3이 넘는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지구 환경이 이제 회복불능 상태에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를 하면 “설마 그렇게 되겠어” 하는 생각으로, 돌아서면 이제까지 살아온 방식으로 산다. 

서서히 데워지는 가마솥에 개구리를 넣어면 아무도 경각심이 없이 지내다가 죽는다고 한다. 인류가 그 신세가 아닌가 생각된다. 내 자식이 잘 되어야지 하면서도 손자손녀가 살 수 없는 지구로 만들고 있는데, 아직도 경제는 성장해야 하고, 좀 더 비싼 집, 좀 더 좋은 차, 좀 더 좋은 옷. 좀 더 좋은 음식을 먹는데만 관심이 있다. 가마솥에 갇힌 개구리신세인데 아파트 값과 경제성장에만 관심이 있다. 

평소에 인간이 대단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태풍의 위력을 눈으로 확인하니 “인간이 미물에 지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겸손하고 반성하며 살아야겠다. 나부터라도 자동차를 적게 타고, 음식물을 적게 버리고, 비닐 봉지 적게 사용하기,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등 자연 친화적인 삶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래야 내 손자손녀가 살 지구가 지속가능하지 않겠는가. 한 사람이라도 삶의 방식을 바꾸어나가야 변화의 씨라도 뿌릴 수 있지 않겠는가?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려면 “지구환경파괴 지수”와 같은 공인인증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각 가정이 음식물을 얼마나 버렸는지, 플라스틱, 비닐종이 등 환경파괴 폐기물을 얼마나 버렸는지, 이산화탄소는 얼마나 배출했는지 등을 측정하여 개인별로 점수를 매기고 이 점수가 높은 사람이 환경파괴를 많이 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수를  주민등록증처럼 각 개인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수는 주기적으로 그동안 실적을 고려하여 수정하고 이에따라 각종 세금과 혜택을 연계하는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언젠가는 환경파괴 지수가 삶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어 환경파괴를 가장 적게 하는 사람이 가장 존경받는 세상이 될지?  그러면 내 손자손녀가 살아가는 이 지구가 지속가능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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